그리스, 국민투표 '찬성' 나와도 '그림보'…자본통제 이어갈 듯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그리스 경제가 구제금융안 찬반 국민투표 이후에도 좀처럼 파행영업을 끝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쏠린다.

미국 씨티그룹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그리스는 '그림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3일(현지시간) 전망했다. 그리스와 림보의 합성어인 그림보는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허리를 뒤로 젖혀 막대기를 빠져나가야 하는 게임인 림보처럼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는 뜻이다.

씨티그룹은 그리스가 오는 5일 국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경제‧금융 분야에서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지지하는 찬성표가 우세해도 자본통제가 빠른시일 내 철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한국시간 5일 오후 1시부터 6일 새벽 1시)까지 실시된다. 국민투표의 투표용지에는 "유렵연합(EU)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5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제안한 구제금융안을 수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인쇄된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몰고올 파장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필립 쇼우 어셋매니저인베스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위기는 짧게는 지난 5년 길게는 지난 반 세기 동안 예측 불가능의 역사"였다며 "찬성표가 우세하다고 해서 그리스 정부가 패배를 인정할지 미지수이며 또 다른 매우 복잡한 장막으로 들어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의 신임을 묻는 측면이 강하다.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표가 우세할 채권단과 협상을 보다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것으로 기대했다. EU 관리들은 그러나 그리스가 채권단과 보다 한층 대립각을 세우면 그리스의 악몽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구제금융안 반대를 확인하더라도 교섭력을 강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기 전날이었던 지난달 29일 자본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자본통제 계획에 그리스는 같은날부터 오는 6일까지 그리스 은행권의 영업을 중단하며 해외 송금을 제한하기로 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하루 예금 인출액도 60유로로 제한됐다. 아테네증시의 경우 적어도 이번주까지 휴장한다는 방침이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의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오차범위 내 박빙이 전망된다. 이날 블룸버그는 그리스 마케도니아대 사회경제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투표자들이 찬성표에 43%, 반대표에 42.5%를 던질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오차범위는 ±3%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