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VS 딴주민 반응 온도차‥난개발·소송전 우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이 동네는 원주민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반대가 심했죠. 원주민 중 빚내서 주민거주지역(취락지역)에 건물을 지은 사람과 창고를 임대해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 입장에서 보상을 받아 이주할 경우 지금과 같은 수준의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반대하는거죠.”(경기 하남 감북동 주민 A씨)


경기 하남 감북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해제가 6일 고시될 예정이다. 지구지정 4년만으로 광명·시흥지구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이 중단되는 공공주택지구다. 하지만 지구지정 해제를 놓고 주민 간 온도차가 있었다.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취락지역을 중심으로 난개발이 우려되는 한편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3일 찾은 경기 하남 감북 공공주택지구. 서하남로 47번길을 따라 양옆으로 물류 창고들이 들어서 있었다. 일부 지역에는 빌라 등이 모여 있었다. 앞서 2010년 12월 국토교통부는 경기 하남시 감북동·감일동·광암동·초이동 일대(267만㎡)를 4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는 2만 가구가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소송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해 사업 진행이 어려웠다.

경기 하남 감북동 소재 한 단독주택 옆 창고. 드럼통 등이 쌓여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원주민 토지주들은 지구지정 해제를 반기는 입장이었으나 투자목적으로 땅을 매입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감북동 주민B씨는 “사실 지구지정을 놓고 주민들이 다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투자를 고려해 땅을 매입한 사람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보상을 받고 나가려고 했으나 지구지정과 관련한 토지주 설문에서 다수인 원주민에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감북지구에는 당초 축사 등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창고로 이용하는 곳이 많았다. 창고의 3.3㎡당 월 임대료는 2만~3만원 수준으로 창고 1개당 월 100만~2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인근 중개업소는 설명했다. 하지만 하남시의 경우 축사를 불법 창고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 위주로만 단속을 실시하는 실정이다.


감북지구에 속한 취락지역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돼 있어 지구지정 해제 시 곧바로 건물 신축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지구지정 해제를 고시할 경우 이어 하남시가 ‘개발행위허가 제한 해지’를 공고해서다.

지구지정 해제에 따른 난개발 우려와 함께 그동안 개발행위 제한으로 재산권을 행사 못한 부분에 대한 주민 보상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하남시 감일동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그린벨트가 해제된 취락지역을 중심으로 경쟁적인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주민들이 국토부 등에 보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소송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 감북동 주민거주지역(취락지역)에 빌라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국토부는 주민 의견 수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 해제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북지구 주민들이 낸 지구지정 취소소송에서 (국토부) 승소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한 주민조사 결과, 반대가 50%를 넘는 등 주민 반대가 여전했다”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준용하는 한편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LH는 감북지구 해당 토지주 1363명(3454필지)을 대상으로 ‘하남감북지구 사업추진 관련 의견서’를 접수받았다. 당시 총 토지주 1363명 중 54.4%인 741명이 사업취소를 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3에따르면 시·도지사 또는 대도시의 시장은 토지등소유자의 100분의 30 이상이 정비구역등(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아니한 구역에 한한다)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등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하남 감북동에 설치한 '불법 투기행위 주민신고 및 포상제 시행' 안내판. /사진=신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