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예산이 메르스와 무슨 관계인가요?"

머니투데이

세종=정혜윤 기자

"그러니까 이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랑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죠?"

추가경정예산(추경) 검토 보고서를 본 국회의원들의 첫 질문이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메르스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조속히 통과시키기 위한 물밑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추경의 제목 자체가 '메르스와 가뭄 극복'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항목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여기에 청년일자리, 안전, 국방이 왜 들어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3일 국무회의를 통해 밝힌 추경안 주요 내용은 △메르스 대응 및 피해업종 지원에 2조5000억원 △가뭄 및 장마 대책 8000억원 △청년 일자리 확충 및 서민·취약계층 생활안정에 1조2000억원 △세월호 인양, 사회간접자본(SOC) 조기완공 등 생활밀착형 안전투자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1조7000억원 투입이다.

의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당황한 공무원들의 일화가 알려지면서 너나없이 메르스 연관 논리를 세우는 데 열중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의 근본적인 목적은 경기활성화와 민생안정"이라면서 "추경안에 메르스랑 가뭄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메르스와 가뭄이 대표주자격이고 그 외 서민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방·안전 인프라, 군 장병 근무여건 개선, 간선교통망 도로·철도 조기완공 등은 굳이 추경에서 편성해야 할 시급한 예산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메르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이며 이는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대형건설사 뿐 아니라 지방 중·소업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밑 설득 작업부터 진땀을 쏟게 만드는 추경예산안. 야당이 추경 심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회통과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메르스, 가뭄과 무관하게 편성된 예산은 '예산 끼워 넣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