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에 달린 61개 법안의 운명

국회 본회의장/뉴스1

새누리당이 6일 본회의에 재의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자동폐기할 방침에 따라 이날 함께 표결에 부쳐지는 61개 법안의 통과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국회법 개정안을 비롯한 61개의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법안에는 박근혜 정부가 처리를 요구했던 경제활성화법안인 △'크라우드펀딩 법제화', '사모펀드(PEF) 활성화' 방안 등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 △하도급 거래의 보호대상을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하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있다.

또 △제2금융권까지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대부업체의 광고 제한을 담고 있는 '대부업법 개정안' △내부고발자의 보호조치를 엄격하게 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 △총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개정안' 등도 표결에 부쳐진다.

당초 61개 법안은 지난 달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야당은 '보이콧'을 선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법안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발을 맞추는 여당은 법안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6월 임시국회에서 이제까지 통과시킨 법은 1개뿐이다"며 "크라우드펀딩법, 대부업법, 하도급거래법 개정안 등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의 자동 폐기 이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자동 폐기 당론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나머지 법안 처리에 비협조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민생 법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다 재의 일정을 잡으면 모든 국회 일정을 정상화하겠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61개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형성돼있다.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집권 여당이 재의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회 권위를 무너뜨린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은 본회의에 앞서 열리는 당 의원총회에서 대응책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아직까지는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표결 시 퇴장해도 다른 법안들은 처리하자는 입장이다"며 "다만 당내 이견이 있어 내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해봐야 확정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본회의에서 61개 법안 표결에 참여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경우, 대(對)여 압박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당장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되면 정회를 요청한 뒤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여당을 비판할 예정이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공동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시행령이 모법(母法)을 위반한 사례를 찾아 모법에 직접 반영하는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활용해 박 대통령을 향해 반격에 나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