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근 전 골드만삭스 대표, LG家 맏사위와 한배

이찬근 전 KB국민은행 대기업금융그룹 담당 부행장(58)이 블루런벤처스(BRV) 캐피탈매니지먼트 한국대표로 1년여 만에 시장에 복귀했다.


블루런벤처스는 199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글로벌 벤처캐피탈로 이찬근 대표 선임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 적극적인 투자기회를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전 부행장은 최근 미국에서 귀국해 지난주부터 블루런벤처스 한국 대표로 업무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런벤처스의 글로벌 파트너(임원급 공동창업주)인 윤관 대표(39)가 한국을 전담할 인물을 모색하다가 이찬근 전 부행장을 지목해 삼고초려한 것"이라며 "한국과 아시아 전용 펀드를 만들어 조만간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찬근 블루런벤처스 신임 대표

블루런벤처스는 옛 노키아 그로스파트너스가 원조로 지난 17년간 모바일 기술과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면서 명성을 쌓아왔다. 노키아에서 독립한 이후 블루런벤처스로 이름을 바꿨고 2012년에는 영국 펀드전문연구기관인 프리킨으로부터 10년 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7대 펀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블루런벤처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유럽, 이스라엘, 인도,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한국에서도 윤관 대표를 통해 2001년에 와이더댄에 투자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윤관 대표는 2008년에 870만달러(약 93억4000만원)를 투자해 지분 16%를 확보한 이스라엘 지도업체 '웨이즈(Waze)'를 구글이 13억달러(약 1조4500억원)에 인수하면서 투자 5년 만에 2억달러(약 2149억원) 수익을 올린 인물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맏사위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윤관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쌓은 투자안목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좋은 중소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블루런벤처스가 한국 내 투자를 위해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전용펀드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 윤관 블루런벤처스 글로벌 대표

이찬근 신임 블루런벤처스 한국대표는 국내 1세대 투자은행(IB)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JP모간과 뱅커스트러스트(BTC)에서 주니어 커리어를 쌓았고 2000년대 초반 UBS 한국대표와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지냈다. 2007년 하나IB증권 사장으로 선임돼 국내 회사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어윤대 전 KB금융 (63,700원 ▼300 -0.47%)지주 회장의 영입으로 KB국민은행에서 부행장으로 일했다.

블루런벤처스는 2013년부터 BRV 로터스펀드라는 이름의 대형 펀드를 조성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찬근 대표는 해외 IB와 국내 증권사, 대형은행을 모두 거친 흔하지 않은 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1년 여간 미국 자택에서 휴지기를 가지다가 복귀 자리를 중기 영역에 특화한 벤처펀드 및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 전문가와 실력-재력을 겸비한 투자가의 만남이라 시장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