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정국 해법 '난항'…원인은 '보수vs新보수' 노선 투쟁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논란으로 표출된 여권 파워게임의 이면에는 보수 진영 내 노선 투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전통 보수층과 박 대통령의 색을 지워낸 '신보수'를 지향하는 유 원내대표 등 새로운 보수 세력 간 노선 대결이 이번 사태의 주요 배경이라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에 출마할 때부터 개혁을 통한 신보수를 강력히 역설했다.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출마 직전 "새누리당이 너무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 복지, 교육, 노동 등은 진보적으로 가야한다"면서 '신보수' 실현을 위해 당이 중심에 서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정서가 큰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 지지그룹이 형성됐다. 이들은 현재 유 원내대표 사퇴 논란 정국 속에서도 유 원내대표의 우군을 자처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취임 후 빠르고 강력하게 '신보수' 깃발을 뽑아들었다.

유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법인세 인상은 성역이 아니다"며 박근혜 정부의 기조와 정반대 목소리를 냈고, 전통 보수 세력에서 불편해하는 '협동조합' 이슈를 여권이 선점해야한다며 자신의 이름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그런 유 원내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4월8일)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선언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기조인 '증세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인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중부담-중복지', '법인세 인상' 등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했다.

유 원내대의 교섭단체 연설을 두고 야당은 극찬했지만 정작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친박(박근혜)계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박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유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의 볼륨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친박계 의원들은 "여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기만 빛을 보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교섭단체 연설"이라고 지목하면서 "그때부터 같이갈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무성 대표 역시 유 원내대표의 '좌클릭'에 대해 공공연히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난 4월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도화선에 불과할 뿐,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한판 대결'은 유 원내대표가 취임할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고 '신보수'를 기치로 홀로서기를 하려는 여당 원내대표를 두고볼 리가 없다는 얘기다.

파국의 단초가 된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처리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반성문'에서 "훗날 박근혜정부의 개혁과제로 길이 남을 공무원연금 개혁을 꼭 이뤄내야겠다는 생각 하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5일 "유 원내대표가 복지, 법인세 등 '유승민식 신보수'를 빨리 구현하고 싶다는 조급성을 가진 나머지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을 나이브하게 한 게 사실"이라며 "협상이 깨지더라도 원칙을 지켰어야지, 단지 야당의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국민연금과 국회법을 갖다 붙여 이번 사단이 생긴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실제로 향후 정치일정을 보면 7월 중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이어 9월 정기국회 이후 새해 예산안, 세제개편안 처리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유 원내대표에게는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호기(好機)다.

차기 대선 주자 그룹에 속해있는 유 원내대표가 "총·대선 승리"를 명분으로 박 대통령과 배치되는 개혁 보수를 주창하면 사사건건 당청갈등은 불가피하다.

국회법 거부권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임기가 반 이상 남은 박 대통령이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전통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유 원내대표의 이런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무성 대표가 이번 사태의 '중재자'를 자임하면서도 결국 박 대통령 편에 서는 까닭도 김 대표의 이념 좌표가 유 원내대표의 신보수보다는 박 대통령의 전통 보수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 방어 역할을 하는 비박계 의원들은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유 원내대표로 대변되는 신보수 기치 없이는 승리가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당내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지만, 유 원내대표가 '장기전'에 돌입한 이유도 이같은 신보수 지지그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이 어떻게 종결되더라도 유 원내대표는 꾸준히 개혁 보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사퇴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이번 사태 속에서 유 원내대표는 역으로 본인의 색깔을 대중적으로 분명히 드러냈다. 사퇴 요구를 받은 직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4위에 오르는 등 전국적 지명도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향후 본인의 거취를 주제로 한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고 명예롭게 자진사퇴하면 그의 주가는 한층 더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유 원내대표가 이같은 '명예로운 사퇴'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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