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반대에 발길 돌린 경문고 교장…자사고 갈등 심화

자사고학부모연합 학부모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7.6/ 사진=뉴스1

자율형사립고의 지정취소 여부를 놓고 학부모-학교-교육청 3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정취소 청문은 궐석으로 진행됐으며 학부모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청문에 참석하려고 했던 일부 학교 관계자들이 학부모에게 저지당해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오전 10시 경문고에 관한 자사고 지정취소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전 과정을 궐석으로 진행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신입생 선발에 지정취소 청문 결과를 반영하려면 다음달 16일까지 모든 일정을 마쳐야 하므로 추가 청문을 열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다만 추후에도 각 학교로부터 의견서 제출은 받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정문 앞에서는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가 집회를 열고 시교육청의 지정취소 청문에 대해 반대 뜻을 밝혔다. 집회에는 지정취소 청문 대상이 된 경문고·장훈고·미림여고·세화여고 4개교를 포함한 서울시내 24개 자사고 학부모 500여명(자학연 추산)이 검정 상·하의를 맞춰 입은 채 참석했다. 학부모 외에도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자교연) 회원인 자사고 교장들이 동석해 전 과정을 지켜봤다.

자학연은 지정취소 청문 반대 근거로 △시교육청이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 표준안의 배점을 의도적으로 하향 조정한 점 △재량평가 지표 선정에서도 피평가자와 아무런 사전 조율이 없었던 점 등을 들었다. 지난달 29일 자교연에서 청문 거부를 발표하며 밝힌 논리와 동일하다.


이현란 자학연 회장은 "자사고 폐지 쪽으로 편향된 교육청 평가 결과를 절대 인정할 수 없으며 4개교의 청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취소와 관련한 교육부와의 소송을 즉각 취하하고 자사고의 면접권 자율 합의를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뿐 아니라 일부 자사고 관계자들과도 의견을 달리하며 날을 세웠다. 지난달 자교연과 뜻을 함께 해 청문 거부의사를 밝혔던 경문고 관계자들은 청문회 시간에 맞춰 서울시교육청에 도착했으나 집회에 나온 학부모들에게 저지당해 청문회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30여분간 눈을 질끈 감은 채 학부모와 대치한 홍운식 경문고 교장은 "청문 참석을 위해 사전에 학부모와 논의했지만 강하게 거부의사를 밝혀왔고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 임의 판단으로 참석을 결정했다"며 "청문 여부와 상관없이 경문고가 자사고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으며 향후 행보는 구성원과 다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미림여고 역시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사를 밝힌 상황이나 미림여고 학부모들은 "재단의 결정과 학교의 일방적인 통고만으로 일반고 전환이 흑막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청문이 궐석으로 진행되고 추가 청문이 열릴 가능성도 희박함에 따라 공은 교육부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해 자사고 평가를 두고 시교육청과 대립했던 교육부는 아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자사고·특목고를 지정 취소할 수 없도록 했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의 지정취소 동의요청이 오면 본격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