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보호대역 줄여 지상파 4사에…'재난망 먹통될라' 우려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의 초고화질(UHD) 방송에 배분하기 위해 정부가 보호대역까지 조정했다. 방송에 의한 간섭현상이 발생할 경우 통신장애는 물론 재난망까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를 갖고 700MHz 대역을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개 사업자에 5개 채널에 배분하는 안을 잠정 합의했다.

700MHz 대역은 지상파방송의 아날로그 종료 후 생긴 여유 주파수 대역(698~806MHz)을 말하며 총 108MHz 폭이다.

정부는 2012년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세우고 700MHz 대역 중 40MHz 대역을 통신에 할당하기로 했다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재난망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MHz 대역은 재난망에 배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UHD 전국방송을 위해 700MHz 배분을 요구했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방송과 통신에 고루 배분해줘야 한다는 의견으로 기울었다. 지상파 3사 4개 채널에 700MHz를 배분하고, EBS에는 미사용 중인 DMB 대역을 할당하겠다는 '4+1' 안을 제시했으나 EBS가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보호대역을 줄여 EBS도 700MHz 주파수를 이용해 UHD 방송을 하도록 한 것이다.

미래부는 "700MHz 대역을 방송과 통신에 분배한 사례가 없어서 주파수 보호대역을 국제표준에 맞게 (보수적으로 넓게) 잡았다"며 "보호대역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혼선을 막기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 실험한 결과 5개 채널용 주파수 할당이 가능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보호대역을 넓혀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좁혔다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염려했다. 방송의 출력은 1KW로 이동통신 출력 25W에 비해 40배 이상 강력하다. 주파수 간섭이 그만큼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호대역을 국제 표준보다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페인에서는 방송이 아닌 통신망에 의한 간섭으로 공용망이 마비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덕규 목원대학교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미래부가 말한 기술적 장치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반드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지상파로 바로 EBS를 보는 학생은 전체 시청자의 1%도 되지 않을 텐데 이를 위해서 통신망과 재난망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