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원 평택성모 가보니 "평택 걱정 없다고 좀 써줘요…"

평택성모병원이 재개원한 6일 환자들이 외래 접수창구에서 진료 접수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평택성모병원이 재개원한 6일 이기병 원장(왼쪽 세번째) 등 의료진이 메르스 감염자와 사망자, 유가족 등에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아유, 진짜 병원 문 닫아서 화가 났어요. 정작 평택에서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걱정 그런 것 없었어요. 다른데서는 평택에 무슨 벼락이라도 떨어진 줄 아는데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장사하는 데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어요. 공기로는 감염도 안된다는데… 평택은 이제 걱정 없다고 좀 써줘요."

지난 5월29일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됐던 평택성모병원이 38일 만인 6일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9시 병원 정식 외래진료가 시작하자마자 심장질환 약을 받기 위해 접수대를 찾은 예기수씨(69·남)는 "병원이 다시 문을 열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예씨는 "메르스가 한참 전파될 때는 평택에서 왔다고 하면 '왜왔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집사람도 지방에 가려다 못가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소문이 심해서 그랬지 정작 평택사람들은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며 "병원이 문을 닫아서 그동안 약만 먹다가 오늘 재개원한다고 해서 이렇게 왔다"고 했다.

이날 평택성모병원에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 오전 9시 외래진료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환자 대기 번호는 30번을 넘었다. 병원 관계자는 "평택 지역에 종합병원이 3개 있는데 아무래도 이들 병원만으로는 의료 수요가 모자라다"며 "신설병원이어서 시설 좋고 공간도 넓어 환자들이 찾아 온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택시를 타고 가장 먼저 병원을 찾은 윤남희씨(87·여) 보호자 서수자씨(79·여) 역시 "동네 사람들은 평택성모병원이 다시 문을 여니까 좋아죽겠다고 한다"며 "그동안 메르스로 너무 어려웠는데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평택 시민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병원으로 들어서는 도로에는 수십 개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평택초등학교 총동문회, 매일유업 평택공장, 한국외식업중앙회 평택시지부 등 보내는 곳은 제각각이었지만 평택성모병원 의료진과 직원 270명이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

공재광 평택시장 역시 오전에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으며 마음을 보탰다. 공 시장은 "의료진과 평택시민이 힘을 더한다면 더 좋은 미래와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새 출발을 기원했다.

병원은 이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세 차례 소독을 하고 다인실 기준 병상을 5·6인실에서 4인실로 바꾸는 등 감염방지 작업을 했다. 이 때문에 재개원 시기 역시 지난달 29일에서 두 차례나 미뤘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8104호에는 환풍구를 설치했다. 이 병실은 2인실이지만 당분간 1인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은 이날 지하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감염 환자에게 사과하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했다. 그는 "메르스로 쌓인 좋지 않은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환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병원 정상화시기를 묻는 질문에 "메르스 발병 이전처럼 정상화되기까지는 3~4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 한다"며 "평택시민과 함께 희망과 재건을 이끄는 지역중심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