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대주주 이름도 모르는 세계 최고권위의 엉터리 보고서

/사진=ISS 홈페이지 초기화면

'Kun-Hee Lee(이건희)' → 'Lee(Geon Hee: 이 제온 희)' → 'Lee(Geon Hui: 이 제온 휘)'


이 세 명은 같은 인물일까. 한국식 발음으로도 다르지만 영어로만 놓고 보면 분명 다른 인물이다.

세계 최고 의결권 자문사로 불리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지난 3일 공개한 제일모직 (138,200원 ▼2,100 -1.50%)-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합병 반대 보고서는 이건희(영문명 Kun-Hee Lee)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회장의 이름을 세가지 버전(?)으로 표기했다.

한국 이름에 낯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혼동을 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의 최대주주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곳에서 삼성물산을 분석한 것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의 깊게 작성된 보고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ISS 합병 보고서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일방적 주장을 답습하면서 논리적 모순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기본적인 부분의 허술함까지 드러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고서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ISS의 보고서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국계 원신보 ISS 한국리서치 헤드가 작성을 주도했으며 크리스 체르니치 ISS 글로벌리서치 부회장, 넬슨 세라치 ISS M&A(인수합병) 및 의결권경쟁 리서치 부사장 등 총 3명이 작성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기본적인 부분에서조차 오류를 범하면서 보고서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총수이자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이 회장의 영문명을 본문에는 Kun-Hee Lee, 주주명부 표에는 Lee(Geon Hee), Lee(Geon Hui)로 각각 다르게 기재한 것이다.

또 보고서 3페이지 하단(Post-closing Ownership)에는 이번 합병건과는 전혀 무관한 CKH(69.2%), Hitchison(30.8%) 등 엉뚱한 타 회사의 명칭이 등장하고 있다.

합병 이후의 지분 구성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원래 보고서의 흐름대로라면 삼성(특수관계인)과 국민연금·KCC 등 대주주들이 위치했어야 한다.

ISS 측이 기존 탬플릿(틀)에 맞춰 작성을 하며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재계 관계자는 "자칫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최고 권위를 가질수록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며 "신뢰성에 우려가 일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물산 측은 이번 보고서가 엘리엇매니지먼트 측 자료에 포함돼 있는 부정확한 정보와 오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통합 삼성물산이 독립적인 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밸류에이션 방식과 합병비율이 공정하며 독립 평가기관의 분석 및 검토 결과 범위 내에 있다는 점, 합병이 전략적 차원에서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고 삼성물산의 주당순이익(EPS)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이 누락됐다는 게 삼성물산 주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ISS의 전체적 권고 내역과 밸류에이션 분석은 사실상 결함이 있고 왜곡됐으며 시장의 반응을 외면하고 있다"며 "(합병 발표 후 주가가 오르는 등) 시장의 긍정적 반응은 통합 삼성물산이 현재의 개별회사 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 대해 주주들이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엘리엇은 삼성의 다른 계열사 지분까지 인수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엘리엇은 최근 삼성물산 외에도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 각 1%씩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