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와 권위로 다져진 '왕비와 후궁'의 오백년 역사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영친왕비 홍원삼, 20세기 초, 중요민속문화재 제265호(왼쪽), 의친왕비 녹원삼, 20세기 초, 경운박물관. /사진제공=문화재청

사극 영화에서처럼 후궁이 왕비보다 더 화려한 빛깔의 예복을 입고 당당했던 모습들은 모두 거짓이다. 왕비는 궁중 여성들인 내명부의 수장으로서, 왕실의 권위와 질서를 확립했다.

이에 따라 후궁들은 왕실 내 엄격한 위계질서 아래 거주하는 곳과 입는 것, 먹는 것 등에 차등이 존재했다. 예복의 경우 황후는 황색, 왕비는 홍색, 대군부인·군부인 등은 녹색 원삼을 착용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조선 왕비와 후궁을 새로 조명하는 특별전 ‘오백년 역사를 지켜온 조선의 왕비와 후궁’을 오는 8월 30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노리개(佩飾), 20세기 초, 중요민속문화재 제265호. /사진제공=문화재청

그간 부정적이고 과장된 이미지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시대 왕비와 후궁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에선 궁중 여성의 공식적인 위계인 내명부를 시작으로 왕실 밖 사대부 여성이 간택 과정을 거쳐 왕비로 책봉되거나 후궁으로 봉작된 후 별궁에서 예비 신부 교육을 받고 왕과 가례를 올리는 일련의 과정이 유물 300여 점을 통해 소개된다.

또 왕실 여성의 문예활동, 신앙생활, 경제생활 등에서 나타난 여성의 주체성을 살펴보고 ‘한중록’, ‘인현왕후전’ 등 문학 작품으로 파란만장한 왕실 여성들의 삶도 되새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신정왕후(헌종의 어머니) 탄신 60주년 잔치를 그린 ‘무진진찬도병’(戊辰進饌圖屛)과 문정왕후(명종의 어머니)가 발원한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 등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한 작품이 공개된다.

육상궁·연호궁 감실(龕室). /사진제공=문화재청

평소 자유롭게 만나볼 수 없었던 왕을 낳은 후궁 7명을 모신 사당인 칠궁(七宮) 가운데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의 신위가 있는 육상궁(毓祥宮) 감실도 재현된다.

최종덕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의 궁중 여성의 삶은 위계와 권위로 다져진 과정의 연속”이라며 “500년 역사를 이어오는데 한 축을 담당한 왕비와 후궁의 삶을 새롭게 인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