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국민연금만 찬성하면 합병 성공, 국가경제 생각해야"

김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삼성사장단들이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과 제일모직 (138,200원 ▼2,100 -1.50%)의 합병 성사를 위해 국민연금의 찬성을 호소하고 나섰다.


미국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주총안건 자문회사들이 합병 반대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의 결정에 합병 성사여부가 달렸다.

삼성은 투기자본의 전면 공격을 앞두고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라도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합병 당사자인 김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17일 임시주총에서 좋은 결과를 위해 우호 지분 확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국민연금이 찬성해주면 합병 성공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지분 11.2%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성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김 사장은 "국민연금은 단기투자자가 아닌 장기투자자"라며 "주가에 어떤 보탬이 될지를 성실히 설명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영향이 큰 미국 주총안건 분석업체인 ISS가 합병에 반대한 것에 대해서는 "예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SS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해외 투자자들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외국계 주주들은 제일모직 주식도 보유한 투자자들이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35,900원 ▼100 -0.28%) 사장도 이날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삼성 계열사 대표로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적극 주문했다. 윤 사장은 "벌처펀드(수익을 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펀드)의 (삼성 등 한국 대기업에 대한) 집단 공격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첫 번째가 엘리엇의 공격인데 잘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한국 대표기업을 공격하는 투기자본의 주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윤 사장은 "국민연금의 판단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연금은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여야하는 과제를 갖고 있는 만큼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판단 효과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주주이자 장기투자자로서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장단은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ISS에 대해서는 실망과 비판을 쏟아냈다.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은 "ISS 보고서의 논리는 곳곳에 허점이 있다"며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신 사장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주들에 대한 각각의 ISS 보고서에서) 제일모직의 자산 가치 평가가 다르다"며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용암 사장 역시 "국내 대다수 전문가와 다른 의견을 낸 ISS 보고서는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국내 비판에 주목한다"며 "평가업체의 신뢰가 떨어지면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로서는) 앞으로 서비스를 써야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바이오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 가치에 대해 ISS 평가가 주관적인 면이 있다"며 "우리는 합병을 통해서 엄청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반대 입장에서는 낮게 볼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위탁생산회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연구개발회사) 등을 통해 바이오제약 사업을 미래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신 사장은 "우리나라에 주가는 낮고 자산 가치는 높지만 우호지분이 적은 회사들이 많은데 (투기자본의) 공격대상이 되기 쉽다"며 "경영권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사장단은 데니스 홍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를 강사로 초빙해 '로봇-인류의 행복과 동행하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삼성그룹 사장들은 로봇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 발전 방향과 주요 쟁점에 대해 강의를 듣고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