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메르스, 밖으로 따이공…내우외환 화장품株

화장품업계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정부가 따이공(보따리장수)을 규제하면서 화장품업계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화장품주가 너무 오른 만큼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 (146,100원 ▲700 +0.48%)은 8일 1.04% 하락 마감해 전날 10.07% 급락한 뒤 반등하지 못한 채 약세를 이어갔다.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은 일주일새 3조8000억원이 사라졌다. 다른 화장품주도 마찬가지였다. LG생활건강 (375,500원 ▼15,000 -3.84%)이 전날 3.66%에 이어 이날 0.46% 하락했고 아모레G (30,000원 ▼600 -1.96%)가 13.49%에 이어 1.76% 떨어졌다. 코스맥스 (132,700원 ▲2,100 +1.61%)는 전날 6.15% 내려간데 이어 이날도 6.05% 급락했다. 한국화장품 (6,770원 0.00%)도 전날 6.25%, 이날 2.22% 하락했다.


화장품주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증권가는 K-뷰티(화장품 한류) 바람을 타고 큰 폭으로 성장했던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이 올 2분기에 둔화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6,470원 ▼180 -2.71%), 코스맥스 등 화장품업계 주요 5대사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각각 6%, 21%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170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3.3% 감소했다. 최근 증권가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컨센서스보다 더 낮다. 하나대투증권은 2120억원(컨센서스 대비 -2.3%), LIG투자증권은 1849억원(-14.8%), 삼성증권 1715억원(-21%)을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 김지영 디자이너

지난 2분기 실적 부진 요인은 국내 메리스 영향과 중국의 따이공 규제, 2가지다. 지난 6월에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며 유커(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크게 줄면서 면세점과 명동 상권 내 매장의 화장품 판매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중국인 입국자수는 26만명으로 전년대비 53.7% 감소했다.


메르스가 진정됐음에도 중국 관광객에 미치는 영향이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7~8월 휴가시즌에 방한을 취소한 중국인이 많아서다. 7~8월에도 중국인 입국자 수가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면세점 매출 비중이 큰 화장품업체의 경우 실적 부진이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 강화도 화장품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따이공을 통한 밀수를 전면 차단하고 있다. 정식적인 채널을 통해 수입된 제품만 중국에서 유통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을 방문해 여행용 가방 2~3개를 화장품으로 가득 채워 중국으로 돌아가 현지에서 판매하는 따이공의 영업 통로가 막히면서 중국에 정식 매장을 갖지 못한 중소형 브랜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산성앨엔에스 (3,125원 ▲360 +13.02%)처럼 단일제품 매출이 큰 회사가 받는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10만8500원에 달했던 산성앨엔에스의 주가는 이날 9만1100원으로 16% 이상 하락했다.

화장품주 하락은 상장을 앞둔 토니모리와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네이처리퍼블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토니모리는 상장 공모가 산정을 위해 LG생활건강, 한국화장품제조, 에이씨티, 한국콜마 등을 비교기업으로 삼았는데 이들 기업 모두 최근 주가가 급락했다. 토니모리는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3만2000원에 결정됐으나 상장 첫날 시초가 형성시 최근 화장품주 주가 급락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오는 8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인 네이처리퍼블릭은 화장품주 하락이 이어질 경우 공모가를 예상보다 낮게 받을 수 있다. 토니모리는 공모가 산정 때 PER(주가수익비율) 39배를 적용받았는데 화장품주 하락이 지속되면 이보다 낮은 PER로 공모가를 산정해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전반적인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면세점 매출이 줄어 화장품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며 "메르스가 3분기까지 중국인 관광객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따이공 규제 영향도 지켜봐야 해 현재로선 화장품주의 상승 모멘텀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