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로 골병 든 재계 "朴대통령 사면 언급 환영"

왼쪽부터 최태원 김승연 구자원 회장

재계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에 대한 '8·15 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기업 오너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국민들의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민 생계형 사범 일반사면과 일부 정치인, 기업인 특별사면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사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터여서 재계는 이번 언급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국가 경제에 헌신한 기업인들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사면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사면 가능성을 언급해 이런 측면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9일 주요 30대 그룹 사장단 조찬회의를 열어 수감 중인 기업인의 석방과 사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태원 김승연 구자원 회장 사면 이번엔 이뤄질까= 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 가능하다. 따라서 유력한 사면 대상 기업인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수석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 회장 등이 꼽힌다.

재계는 이미 주요 산업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주요기업 총수의 부재로 골병이 든 상태다.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 법정 구속돼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현재 2년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잔여 형기는 1년6개월 가량이다.

최재원 부회장 역시 대법원에서 징역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SK그룹은 그간 주요 인수합병(M&A)전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는 등 '총수 부재'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등 주력계열사가 경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최 회장의 부재로 기존사업 관리 외의 투자에 제동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돼 현재 자유의 몸이다. 수감기간 중 건강이 악화돼 한동안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한화 등 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완전한 경영 복귀라고는 할 수 없다.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집행유예의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화약류 등을 취급하는 한화 등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되지만, 김 회장이 상징적 역할 외 실제 업무를 관장할 수 없기에 5~10년을 내다보는 장기 발전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원 LIG 회장 3부자도 사면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장남인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4년,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은 2012년10월 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복역 중인 재계 최장기수다.

재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체는 보통 외국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품을 발주하기 전에 오너와 대화를 하길 원하는데, LIG는 오너 부재로 수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수의 형이 확정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사면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만약 사면을 통해 경영에 복귀한다면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면 불가 미결수 기업인들 건강문제 호소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면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재현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재판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재 수형 생활을 견디지 못해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을 정도로 건강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호진 전 회장 역시 항소심에서 징역4년6월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간암판정을 받고 형집행정지와 보석 등으로 풀려났지만 아직까지 형집행정지 상태라 간이식수술을 위한 출국이 불가능해 건강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모친 고 이선애 여사 별세 당시에도 같은 병원 안에 있으면서 건강상 이유 때문에 조문을 가지 못했다.

아울러 현재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역시 8·15 이전 형사재판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면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