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보장' 공무원이 좋아? '초봉높은' 공기업이 좋아?

속칭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직장들이 있다. 그 중 으뜸이 공기업과 공무원이다. 많은 구직자들이 공기업 취업과 공무원시험 준비과정을 동일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전혀 다른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과 공무원 임용은 전혀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어느 쪽이 구직자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급여 면에서는 공공기관(공기업) 재직자가 공무원에 비해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곳들이 많다. 호봉 등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 근속자의 경우 1급 공무원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공기업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신입 급여만을 놓고 비교해서는 안된다. 급여 이외의 재직 가능한 근속기간 및 연금 등의 혜택을 고려할 경우 공무원의 급여 수준이 반드시 낮다고 할 수 없다.


재직기간만 보더라도 공무원은 법적으로 신분이 엄격히 보장되기 때문에 만 60세까지 재직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경우에는 사기업에 비해서는 고용안정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60세까지 재직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일견 공무원이 공기업에 비해 기껏 3~4년 정도 더 재직하는 것이 무슨 큰 차이가 있겠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50세 중후반 공무원의 경우 호봉이 높아진 시기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몇 년 더 근무하는 것은 평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또한 공무원의 경우 연금이 가져다주는 혜택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했을 때, 28세 첫 입사시점에서 81세 사망시점까지를 놓고 평생 번 돈을 합쳐본다면 단순히 급여만을 놓고 공기업과 공무원의 반대급부 정도를 비교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기업의 연금 혜택이 공무원에 비해 무조건 나쁘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기업 중에서는 공무원연금에 준하는 사학연금이나 공제회 혜택이 부여되는 공기업들도 많다. 교육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 중 일부는 사학연금 대상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자체 공제회 등을 통해 복리 후생 수준이 높은 곳도 있다. 따라서 이런 부수적인 복리후생 제도를 함께 겸비한 공기업에 지원할 경우, 급여 이외에도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두번째로 공기업과 공무원의 차이점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필기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합격에 있어 필기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무원 시험이 거의 절대적이다. 공기업의 경우도 필기시험이 매우 중요한 전형자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점, 전공, 이전 직장경력 등을 무시하고 필기시험만을 전형 자료로 삼지는 않는다.

따라서 공기업은 필기시험 말고도 다른 전형 요소를 함께 고민해야 하지만, 공무원의 경우에는 학력, 나이 등의 다른 전형 요소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둘 중 어느쪽을 지원했을 때 본인이 합격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인지는 미리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무원과 공기업의 업무 내용이다. 대다수의 공기업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반면 주요 중앙 부처를 포함한 지자체 등 정부기관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은 공기업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환경을 조성해주거나 공기업 업무 수행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이 공기업 관리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여러 공기업의 기관장이 대부분 공무원 출신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두 집단 간의 관계를 갑과 을의 관계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실질적인 업무 협조와 공조 없이 양 기관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공기업과 공무원 모두 고용안정성이 높은 직군으로 많은 취준생들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분야이다. 하지만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본인에게 유리하고 적합한지에 대한 부분은 앞서 논했던 차이점을 보고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합격가능성, 복리후생 수준, 자신이 꿈꾸는 삶의 모습과의 조화 등 개인적 상황을 고려해 공무원과 공기업 중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은… 연세대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 KAIST 경영학 석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수학했다. “배워서 남 주자!”라는 신조에 따라 EBS, KBS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 경제 강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 SK, 롯데 등 주요 기업들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