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고생…하루 식비 5천원, 농가에서 자며 1년 버텨

박병렬 헬로네이처 대표/사진=헬로네이처 제공

"1년 동안 팀원 6명이서 3000만원으로 버텼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쇼핑몰 '헬로네이처'는 유명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투자 등으로부터 총 19억 원을 투자받은 유망 스타트업이다. 헬로네이처와 연결된 농가는 전국 700여곳에 이르고 하루 평균 판매 건수는 300~400건에 이른다. 하지만 창업초기 헬로네이처는 1년 동안 3000만 원으로 버텨야 했을 만큼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하루 식비 5000원, 농가에 얹혀 자며…

박병렬 헬로네이처 대표와 좌종호 공동대표는 2011년 8월 초기 자금 2000만 원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지인 회사 한 편에 책상 두 개를 얻어 사무실로 사용했다. 서비스 개발비로만 500만 원이 들었다. 최대한 아껴야 했다.

식비는 1인당 하루 5000원으로 제한했다. 사무실 근처에 있던 도시락집에서 그나마 반찬이 다양했던 2500원짜리 도시락을 점심·저녁으로 떼웠다. 방문판매원들이 제공하는 무료 도시락도 활용했다. 박 대표는 "방문판매원들이 시간 뺏지 않겠다며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주며 상담하는데 무료여서 한 달에 2~3번씩 이용하기도 했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농가를 직접 방문해야 해 지방 출장비가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한 번 갈 때 무조건 2박3일 일정으로 짰다. 모텔은 엄두도 못 냈고 찜질방 요금 7000원도 아까워 밤마다 농가에 신세를 졌다. 박 대표는 "농가 사장님들께 '마을회관에서 묵을 수 있느냐'고 슬쩍 물으면 시골 인심이 좋아 보통 자신의 집에서 묵고 가라고 하셨다"며 "출장 가서는 거의 농가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초기멤버가 6명으로 늘었을 때 한 달에 50만 원만 쓴 적도 있다. 출장비 영수증에는 유류비만 찍혀 있을 정도. 도시락이 아닌 외식을 할 수 있게 된 건 그 후로부터 4~5개월 뒤다. 정부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았을 때다. 그래도 한 끼 4000원 이상 넘는 음식은 먹지 못했다.

최대한 아꼈지만 1년이 다 되어가니 잔고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수중에 돈이 없어 농가에 지불해야 할 대금을 제때 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러다 그러다 패스트트랙아시아로부터 엔젤투자를 받게 됐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1년 동안 고생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며 "창업자의 문제해결 능력과 식료품 이커머스 시장의 가능성 등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병렬 대표는 "정말 힘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미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트너 농가 3곳→700곳, 일 거래수 300~400건으로 성장

"젊은 애들이 뭘 알겠어", "너희 같은 애들 많이 봤는데 1년 하고 말더라." 농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2012년 1월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헬로네이처가 확보한 파트너 농가 수는 겨우 3곳, 거래수도 2~3건에 불과했다.

불신이 깊은 농가에 대해 헬로네이처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료를 같이 뿌리며 일을 도와주며 조금씩 친분을 쌓았다. 김장 일도 기꺼이 도왔다. 안면을 트고 함께 밥숟가락을 들게 되니 농가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 박 대표는 "삼고초려가 아니라 사고초려(四顧草廬)도 안된 적도 있었다"며 "사장님이 안되면 사모님을 설득해보고 농촌진흥청 관계자 손을 끌고 다니며 농가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어렵게 확보한 만큼 박 대표는 초기에 만난 농가 사장님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

그 결과 파트너 농가는 현재 700여곳, 하루 거래수도 300~400건으로 늘었다. 그동안 귀동냥으로 공부한 농업 정보 덕에 어느 지역의 농산물이 언제 제일 맛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헬로네이처가 취급하는 농수산물은 1000가지가 넘는다.

그는 "그동안 농산물 직거래 서비스가 많았지만 단순한 중개 역할만 해 서비스나 제품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며 "헬로네이처는 자체 유통 시설을 갖춰 직접 포장하고 애프터 서비스까지 모두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헬로네이처의 비전처럼 가장 맛있고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일반 가정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헬로네이처 서비스 설명 이미지/사진=헬로네이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