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형님 믿었더니…'1兆' 돈벼락 맞은 신동국 회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왼쪽)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쌀로 유명한 경기도 김포에서 이삭 줍듯 주식으로 대박을 낸 선후배가 있다. 본업인 제약과 기계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선후배는 부업인 주식투자도 함께 했다. 선배가 길을 내줬고 후배는 오랫동안 기다리며 서두르지 않았다. 선배의 보유주식은 2조8000억원대를 넘어섰고 후배도 그 절반인 1조4000억원대 가치의 주식을 갖게 됐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75)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65) 이야기다. 두 사람의 고향은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다. 임 회장은 함박구지 마을에서, 신 회장은 가진개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두 사람은 통진종합고등학교 선후배로 모교 사랑과 고향 사랑이 각별했다. 임 회장은 고향과 관련된 여러 모임을 주도하며 선후배를 챙겼고, 그 과정에서 자수성가한 신 회장을 만나게 됐다. 한양정밀은 1985년 설립된 자동차부품 제조회사로 지난해 매출 1138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올렸다.

두 사람은 장학회를 함께 만드는 등 고향발전을 위한 모임을 함께하며 막역한 사이로 발전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회장이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은 물론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도 많이 어울렸다"며 "나이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이 많은 신 회장과 코드가 잘 맞아 관계가 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310,000원 ▼5,000 -1.59%)이 2000년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신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두 사람의 협력관계가 본격화 된다. 당시 신 회장은 보유한 60만 주의 동신제약 지분을 한미약품에 장외거래로 넘겼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동신제약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보유 지분을 SK케미칼에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누렸다. 또 2008년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한미약품과 한양정밀이 각각 동아제약 지분 9%, 5%를 보유해 경영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이 잦아들 무렵인 2010년 10월 신 회장은 420억원을 투자해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33,300원 ▼450 -1.33%) 지분 12.5%(113만1692주)를 사들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회장이 오래 전부터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며 투자를 권했다"며 "신 회장이 이 권유를 받아들여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한미사이언스에 436억원을 투자했고, 일부 주식을 팔아 63억원을 현금화 했다. 신 회장이 현재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2.9%로 지분가치는 9403억원(21일 종가기준)이고 투자수익률이 2073%에 달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총 877억원을 한미약품에 투자했고 이중 362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일부 회수했다. 신 회장은 현재 한미약품 주식 9.13%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가치는 4820억원, 투자 수익률은 491%다.

결론적으로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에 1313억원을 투자했고, 425억원을 회수했다. 그러고도 현재 보유한 지분 가치는 1조4223억원이다. 총 수익률은 1016%로 선배회사를 믿고 투자한 신 회장은 '조''단위 주식갑부로 올라섰다. 물론 본업에서 성공한 임 회장은 더 큰 주식부자다.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보유지분율은 36%로 현재 지분가치는 2조817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