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금투업계에 번지는 편지경영

"투자 리스크는 주로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생기고, 너무 비싼 가격은 지나치게 낙관해 충분히 의심하지 않고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데서 나온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창업자 겸 회장의 말입니다. 라임투자자문을 이끌고 있는 원종준 대표(사진)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 인용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원 대표는 이 편지에 상반기 성과 리뷰와 하반기 증시 전망, 대응전략 등을 자세하게 밝힌 뒤 "최고의 수익률이 아닌 10% 정도의 절대 수익을 내는 것"이라는 운용 목표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년 코스피 대비 10%포인트 정도 양호한 성과를 내고, 1년, 2년, 3년의 장기성과가 상위 30%에 들어가는 꾸준한 모습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특히 "지난해 10~11월 변동성이 커지며 수익률이 부진했던 경험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종목별 최대 편입 비중을 5%로 제한하고, 주가가 많이 상승한 종목일수록 비중을 조금씩 축소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우려를 고려한 투자 전략도 소개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금투업계)엔 원 대표와 같이 편지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사례가 많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3월초 미국 출장에 나섰던 박 회장은 비행기에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미래에셋의 해외사업 성과와 그룹의 비전을 공유하고, 글로벌자산배분 역량을 강화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눈을 선물했는데 하나는 현재를 보는 눈이고 하나는 미래를 통찰력을 갖고 보라는 눈"이라며 "우리 모두 두개의 눈을 갖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윤용암 현 삼성증권 사장도 삼성자산운용 대표 시절 자사 펀드 마케팅에 편지를 활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윤 사장은 당시 그룹 계열사 CEO와 친분이 있는 부사장들에게 재테크레터 형식의 편지를 연이어 보내 '삼성밸류플러스 펀드'와 '삼성중소형FOCUS 펀드'를 추천하면서 "약 3년 정도 투자하시면 꼭 만족하실 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도 중요한 시점마다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강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편지를 통해 "좋은 기업의 주주라면, 좋은 펀드의 투자자라면 인내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며 고객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기업 경영을 하다보면 진심이 담긴 소통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편지만한 수단이 없다"는 한 금투업계 관계자의 말이 CEO들의 편지경영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을 설명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