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선택한 르네상스러닝 "한국 영어교육, 중요한 것 놓쳐"

송동혁 르네상스러닝코리아 대표/사진=르네상스러닝코리아 제공

한국 학생들은 입시 지옥에 빠지는 학창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최적화된 조건과 엉뚱한 상상력이 포용되는 교육환경이었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과정을 밟았고, 도쿄 소프트뱅크에서 수 년간 일했다.


"도쿄 소프트뱅크에서 온라인 콘텐츠 관련 일을 하다가 교육업계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됐어요.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온라인 기술을 활용하면 반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르네상스러닝코리아 송동혁 대표(45)는 돌연 교육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 단어, 문법에 매달리고 있지만 정작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느꼈다. 실용영어를 기술 기반적인 측면으로 접근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국내 큰 교육회사에서 일했는데 좋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사교육 시장에 편승해서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소위 교육 잡상인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사회적인 기여는 전혀 없고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거죠."

교육업계와 인연을 맺게 된 게 처음은 아니었다. 도서출판의 유통문제와 저가 유혹에 따른 낮은 콘텐츠의 질 등 고질적인 시장의 병폐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이후 송 대표는 듣기에도 생소한 영어 독서 프로그램(AR)을 한국에 도입했다. 미국에선 이미 보편화 돼 있다는 AR(Accelerated Reader)은 미국 내 3만3000개 이상의 학교에서 활용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구글의 신생 벤처 캐피털 자회사인 구글캐피털의 투자를 받는 등 발전가능성을 입증해 왔다. 16만5000권의 방대한 도서 퀴즈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어 학생 개개인의 취향과 실력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다.

AR 프로그램의 강점에 대해 송 대표는 "영어의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툴"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영어 교육에서 문해력은 왜 중요한 것일까.

"입시영어의 독해는 지문을 파악하고 사지선다 내에서 고르는 거예요. 문해력이 있는 사람들은 지문을 이해하고 답을 고르겠지만, 문해력은 없고 문제 푸는 요령만 있는 사람들은 틀린 답부터 제거하겠죠. 전 그 차이라고 봐요."

송 대표는 우리나라의 수능 영어가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지문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답을 찾는 연습만 했던 학생들은 종합적인 영어실력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 정보전달의 글은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처음 만난 사람과 감정을 교류하고 설득하는 등 디테일한 측면에선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수능 영어 난이도를 분석해 보니 미국 공립학교 9학년~10학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정도 수준이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준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죠. 그래서 영어 공부는 괴로운 것이에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수능 영어 지문의 높은 난이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문의 난이도가 높으니 제한시간 내에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버겁고, 때문에 오답을 지우는 형태로 문제풀이가 이뤄지기 쉽다는 것이다. 정답 찾기 방식의 학습은 종합적인 사고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창의력 배양에 방해가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교육에서의 IT기술은 학생 개인 별 수준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다 다른데 교육은 획일화돼있죠. IT기술을 통해 선생님 한 분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고,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성향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획일화된 교육 환경을 IT기술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송 대표는 내다본다. 학생들이 수능이라는 단일 잣대에 수준을 맞추도록 강요당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는 것이 아닌, 저마다 수준에 맞는 교육을 통해 영어의 재미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직 산업화 사회의 이면이 많이 남아 있어요. 기업이 한창 팽창할 시기엔 일자리는 남아돌고, 사람은 부족해 우수한 인재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은 표준화된 사람을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과거에 중요했다면, 지금은 규격화된 사람보다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시기잖아요."

앞으로의 교육에 대해 그는 창의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교육으로 변화하는 게 맞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규격화된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에 창의성 배양을 위한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 그런 점에서 정답만을 존중하는 교육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행 과제라고 역설했다.

송 대표는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와 같이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의 보편적인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요즘엔 영어가 계층을 나누는 하나의 도구가 된 것 같아요. 돈이 많으면 영어를 잘할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영어교육을 시키기 힘들죠. IT기술을 활용해서 굳이 원어민과 직접 이야기하거나 해외 연수를 가지 않아도 실용영어를 훌륭하게 구사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에도 기여할 수 있고, 입시 영어로 대변되는 교육의 비효율도 제거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