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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택,톡] 뱃살과 적폐의 전성시대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5.07.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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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옷 좀 넣어 입어요” 한 2년 전까지 아내가 지치지도 않고 해대던 잔소리 레퍼토리중 하나다. 문득 그 잔소리가 없어졌다 싶어 헤아려보니 그쯤 된 듯하다. 윗옷을 바지 속에 넣어 입지 못한 세월이 제법 된다. 뽈록한 뱃살의 윤곽이 문제였다. 넣어 입으면 하시라도 그 바람직하지 못한 윤곽이 본색을 찾을까 끊임없이 긴장되어 불편하다. 중력의 왜곡으로 비스듬히 달뜬 윗도리 끝단을 보면 내려덮는다고 성공적으로 위장이 되는 것도 아닌데 어쨌거나 덜 적나라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심리적 위안이 된다.

바야흐로 여름. 출근길 버스정류장에 내걸린 헬스클럽의 광고문구는 매일 아침 신경을 거스른다. “여름이라 덥죠? 살찌면 더 더울텐데”라니. 광고전단지가 처음 내걸렸을 때만 해도 “내 여름 내가 난다”싶은 불끈함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냥 “저거 좀 안떼나”정도로 심상해졌다.

누구나처럼 한때 슬림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다음엔 시쳇말로 운동발이 잘받는 시절도 있었다. 좀 쪘다 싶으면 며칠 바짝 운동해 원위치 시킬 만큼 복원력도 괜찮았다. 그랬었다는 얘기다. 예전에. 어느 순간부터는 바짝 운동해도 살이 안내리고 그러다 보니 운동할 재미도 안생기고 그래서 ‘운동은 무슨..’해버린 지가 제법 된다.

그래서 요즘 내 뱃살은 행복하다. 더 이상은 32인치 바지에 구겨 넣어질 일이 없고 억센 가죽혁대에 졸라매질 일도 없다. 시나브로 늘어나면 바지사이즈가 늘어날 것이고 혁대가 짧아질 일이다. “이렇게 포기하면 행복하잖아”를 외치며 입을 부추겨 일용을 초과한 양식을 포식하고 있다.

인터넷을 뒤적이던 중 빌리어록이란 헬스 트레이너의 독설모음을 발견했다. “난 개콘을 보지 않지. 니 배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거든” “그 한숟갈 더먹는다고 행복해지냐 돼지야?” “배고플땐 말야 옷을 벗고 거울을 보렴. 입맛이 싹 가실걸” “넌 방사능오염으로 죽을 확률보다 내장비만으로 죽을 확률이 더 높아” 운운. 문제는 이 싸가지없는 발언들이 더이상 적의와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빌리어록의 독설따위는 옆으로 누워 야구보는 애비를 보며 던진 우리 아들의 한마디 “아빠, 그 배 참 적폐인데요”를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적폐. 대한민국안에선 참 유명한 단어다. 지난해 4월 세월호가 침몰된후 박근혜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공언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적폐는 뱃살불리기 과정과 흡사하게 진행된다.

304명이 맹골수도서 스러졌다. 나라가 난리가 난다. 뭔가가 일거에 보란듯이 해결될듯했다. 근데 해결하려보니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 그 문제 해결하자니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연일 시끄럽다. 시끄럽다보니 ‘그만 좀 조용하지’하는 목소리가 시작되고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래서 지금은? 출범한지 7개월째인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예산 편성도 안된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의 피고 원세훈 전 원장도 비슷한 과정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파기환송’이란 면죄부를 받았다. 판결 직전 국가정보원의 ‘카카오톡’ 해킹논란이 시작됐음에도 말이다. 나라를 떨어울렸던 성완종리스트는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을 재판에 넘긴채로 종결되었다. 별장성접대의 주인공 김학의 전 법무차관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은 대한민국에선 심상한 일이다.

처음 마누라가 33인치 바지를 사왔을때 32인치로 바꿔오라 호통쳤다. “안 맞잖아”하면 “빼서 입을거야”장담했다. 진짜로 빼서 입을 작정였다. 당시는. 호들갑도 떤다. 헬스장용 신발도 구비하고 실제 다니기도 하고. 무리해서 몸살이 나기도 하고. 하지만 ‘칼로리 줄였으니 좀 먹어도 되겠지’란 방심이 뒤따르고 피치 못할 술자리가 이어지고 그러다보면 헬스장 말고 ‘동네나 걷지’로 후퇴하다가 ‘그냥 집에서 좀 해보지’한 끝에 결국은 뒹굴 뒹굴로 귀결된다. 금연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담배 우그려뜨려 버리는 결기로 시작해 ‘전자담배는 담배 아니지 않나?’로 후퇴하고 ‘어쩌다 한 개비인데 뭐’로 타협한 다음 ‘담배는 쉬는 거지 끊는 게 아니더라구’로 결론내기 십상이다.

그래서 못 입는 바지가 한두 벌 쌓이면서 인치 수는 늘어났고 요즘은 아예 인치 수 줄이려는 노력도 안한다. 바야흐로 나의 적폐, 나의 뱃살의 전성시대다. 내장비만으로 죽기 전에 뭔가 결단을 내리긴 내려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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