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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문제는 엘리엇이 아니다

박종면칼럼 더벨 박종면 대표 |입력 : 2015.07.27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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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행위를 둘러싼 그 어떤 의견도 정치적 견해의 표명일 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벌어진 삼성과 엘리엇의 ‘전쟁’에서 이 명제의 진실성이 다시 확인됐다.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가, 그리고 다수의 국내 언론은 삼성 편에 서서 합병을 지지했다. 반대로 시민단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헤지펀드를 포함한 대다수 해외 기관투자가, 해외 언론들은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 진영에 가담했다. 소액주주들은 삼성과 엘리엇 진영으로 나뉘었다.

이 진영간 싸움에서 삼성은 힘겹게 승리했지만 또 다시 이런 전쟁이 벌어질 경우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삼성조차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했는데 다른 기업이라면 진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해외 언론 등이 주도한 엘리엇 진영의 선전술은 대단했다. 재벌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대단히 자의적으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연결해서 삼성진영을 압박했다. 심지어 우리 사회 일각의 극소수 인종주의적 발언까지 역으로 이용해 이슈화했다. 해외시장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 입장에서 인종차별은 상상도 못할 일인데도 말이다.

이들은 삼성이 애국심 마케팅을 한다며 몰아세움으로써 합병에 찬성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을 바보 취급했다. 엘리엇과 해외 언론 등은 국내의 뿌리 깊은 반 재벌 정서를 끊임없이 부추겼다.

현실은 이처럼 경제전쟁이라 할 만큼 냉혹하지만 이 전쟁에서 이길 무기가 대한민국 기업들에는 없다. 기존 상법을 고쳐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여당을 중심으로 일부 있지만 야당이 반대하는 현실에서는 어렵다. 설령 법 개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외국인 지분이 많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경우 정관 개정이 쉽지 않아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주총이 끝난 뒤에도 엘리엇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지만 결국은 삼성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문제는 엘리엇이 아니다. 삼성은 자신에게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엘리엇 사태는 어찌 보면 삼성이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다.

주주 구성을 볼 때 외국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합병을 추진한다면 이들에 대한 다양한 대응전략과 시나리오를 갖고 진행하는 게 상식이다. 과거 SK나 KT&G 등이 외국계 헤지펀드에 심하게 당한 사례가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삼성은 심지어 엘리엇이 합병선언 발표 전 투자의향을 내비쳤음에도 감을 잡지 못했고, 그룹 차원의 대응책도 세우지 않았다. 삼성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한 뒤에도 한동안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의 과도기여서인지 몰라도 메르스 사태에서도 그랬지만 삼성이 예전 같지 않다. 그룹과 계열사들이 제각각이다. 특히 삼성 미래전략실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된 느낌이다. 승계도, 지배구조 개편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단체 등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미래전략실 기능을 한시적으로라도 확대 강화해야 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쪽 일이긴 하지만 삼성은 엘리엇 사태의 와중에도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기존 하던 일이고, 단독으로 추진한 것도 아니지만 그룹의 명운이 걸린 일을 앞두고 이런 행보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따른다. 지금은 그룹의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분산돼서는 안 되며 삼성을 향한 차가운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자존심 삼성이 일개 헤지펀드에 흔들리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삼성은 정말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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