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리뷰]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은 우리에게 달렸다

기술의 신
앤서니 앳킨슨 옥스퍼드대 너필드칼리지 특임연구원 겸 런던정경대학 교수는 “지구에 막 떨어진 외계물체마냥 기술을 다루는 시각이 너무 많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술의 연구, 상용화, 도입을 결정짓는 정부, 소비자, 기업의 선택에 달려있다.


앳킨슨 교수는 1960년대부터 소득불평등을 연구해왔다. 당시 많은 국가에서 소득격차가 극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지만, 이 주제는 주류경제학에서 소외됐다. 영국은 1980년대에 소득격차가 벌어진 후 아직 좁혀지지 않았고, 미국에서는 아직도 불평등이 증가를 계속하며 전례 없는 수준에 달했다.

앳킨슨과 자주 협업하는 토마 피케티 교수가 지난해 출판해 성공을 거둔 ‘21세기 자본’은 불평등을 경제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로 만들었고, 앳킨슨의 신간 ‘불평등을 넘어’는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 중 첫 번째가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혁신을 장려할 것”이다.

앳킨슨 교수에 의하면 어떤 연구를 지원할지에 대한 정부의 선택과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에 대해 기업이 내리는 결정은 필연적으로 일자리와 소득분배에 작용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직업을 제공할 맞춤형 기술을 골라주는 메커니즘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앳킨슨은 기술에 대한 결정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적어도 고민은 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첫 번째 단계다. 결정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그 결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식하면, ‘이런!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구나’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생산성에 대한 우리의 사고와 기계에 대한 기대치를 살펴보면 적절한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생산성을 투입된 노동과 자본에 대비한 결과물로 본다. 기계와 소프트웨어, 즉 자본이 갈수록 저렴해지고 유능해짐에 따라 인력 사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최근 컬럼비아대의 저명한 제프리 삭스 교수가 로봇과 자동화가 스타벅스를 점령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삭스 교수의 주장이 틀렸다고 볼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은 저렴하거나 효율적으로 만든 커피 덕분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사람과,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

오라일리미디어의 창립자 팀 오라일리는 인기 있는 애플 스토어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무장한 직원으로 가득 찬 애플스토어는 로보-리테일의 미래에 대한 강력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서비스 자동화가 꼭 기술의 최종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라일리는 “기술이 한 계급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애플스토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사용하는 평범한 방법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이기는 전략을 찾아냈다. 애플은 기술을 잘 아는 판매직원의 손에 디지털기기를 쥐어주는 방식을 채택해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하고 수익성을 높이며 사업을 확장했다.

오라일리는 자동차 서비스 우버의 성공도 예로 든다. 우버는 편리하고 효과적인 예약과 지불 서비스구축 기술을 사용해 탄탄한 시장을 형성했다. 그 결과 운전사 수요가 늘었고, 이들은 스마트폰과 앱의 도움으로 일반 택시를 운전할 때보다 더 많은 영업기회를 누리게 됐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기술발전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해도 이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정부, 기업, 소비자의 결정을 통해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최근 뉴욕에서 열린 ‘세계화, 기술적 변화, 불평등’ 포럼에서 발표한 것처럼,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기술의 신이 내리는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사회적 구성물 때문이다.”
번역 김은혜

[본 기사는 테크엠 (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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