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리에 역마진도 소멸…퇴직연금 쇼크 오나

올들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진 가운데 퇴직연금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내년에는 퇴직연금 수익률도 1% 시대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머니투데이가 27일 업계 전문가들에 의뢰해 지난 2분기에 공시된 사업자별 퇴직연금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DB(회사책임)형 수익률은 0.67%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1분기 0.71%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연금자산의 92%가 몰려있는 원리금보장상품 금리가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에 걸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여파를 받은 결과다.


연금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퇴직연금 예금금리는 지난 1월만 해도 2.3~2.4%대였다. 하지만 지난 3월 기준금리가 0.25% 인하된 뒤 1.9% 안팎으로 떨어졌고 지난 6월에 기준금리가 또다시 0.25% 인하되면서 1.7~1.8%대로 낮아졌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는 예금상품이 없어 파생결합사채(ELB)를 퇴직연금용 확정금리상품으로 판매하는데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연초 3%안팎이던 금리를 최근 2%초 중반대으로 낮췄다. 경제 성장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기준금리 추가 인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달부터 개정된 퇴직연금 감독규정이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자사의 원리금보장상품을 타사에만 제공하고 자사 고객들에게는 팔 수 없게 된 것도 퇴직연금 수익률에는 악재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그간 고객 유치를 위해 역마진 금리를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자사 상품을 자사 고객에서 팔 수 없어 역마진을 제공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자사 원리금보장상품을 자사 고객들에게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은 역마진 관행을 없애고 퇴직연금에서 금융투자상품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상품은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이미 역마진을 줄여 시장금리보다 10~20bp(1bp=0.01%)를 추가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증권사의 경우 은행에 비해 영업력이 밀리다 보니 많게는 100bp까지 역마진을 태우기도 했다”며 “앞으로 증권사의 원리금보장상품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기준 3% 초반이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해는 2% 초반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1%대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이나 임금인상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사실살 실질 수익률 제로인 ‘연금쇼크’ 상태다.

이를 피하려면 실적배당상품인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전체 107조원인 퇴직연금 적립금가운데 99조원인 92.1%가 원리금보장상품이다. 이는 지난해말 92.2%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최근 금리 하향 추세에도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이 유지되거나 되레 높아지는 역상관 관계가 나타났다”며 “가입자들의 무조건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결국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