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동양시멘트 무자본 인수 논란

중견 레미콘회사 삼표가 동양시멘트 (2,870원 ▲10 +0.35%) 경영권 지분 54.96% 인수금 8260억원 가운데 8000억원을 산업은행과 시중은행 대출성 자금에 의존하기로 했다. 인수금 8260억원 가운데 실제 자기자금은 260억원 가량만 투자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무자본 M&A(인수·합병)로 인한 재무 부담이 지적되는 것이다.


27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삼표는 동양시멘트 경영권 지분 54.96%를 주당 1만4000원씩 총 826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약 8000억원대 차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삼표가 제시한 주당 인수금액은 상장사인 동양시멘트 주가(27일 종가 기준 6080원)에서 130% 프리미엄이 더해진 것이다. 삼표는 시가의 두 배 이상에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이중 차입금 조달구조를 계획했다.

먼저 삼표는 재무자문사를 맡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기신용으로 2000억원을, 그리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금융권에서 2500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총 4500억원의 차입금에 실제 자기자금 260억원을 더해 약 4760억원을 특수목적회사에 변제 기준 후순위로 출자한다. 여기에 공동 인수자로 나서기로 한 산업은행 PE실이 1500억원의 주식인수금을 선순위로 투자하기로 했다. 산은PE의 자금은 주식투자금이지만 변제순위가 삼표에 앞선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차입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특수목적회사에 6260억원이 출자되면 이 자금을 근거로 산업은행은 다시 이 SPC에 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총 8260억원이 만들어지면 인수자금이 힘겹게 마련돼 매각자 측의 동양시멘트 54.96%와 맞교환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다.


이 계획에서 눈여겨볼만한 점은 삼표의 지원군으로 나선 산업은행이 전체 8260억원의 대금 중에서 직간접적으로 5500억원을 대주기로 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첫째 삼표에 관한 직접대출 건에서 2000억원을 기업금융실이 책임지고, 둘째 1500억원의 PEF 투자에 관해 PE실이 나서고, 셋째 2000억원의 SPC 인수금융 건에서 M&A실이 주선을 도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의 3개부서가 총동원돼 삼표라는 특정기업을 밀어주는 것이다.

특혜에 준하는 이런 지원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레미콘과 시멘트 사업의 시너지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번 거래의 인수주체인 삼표산업은 지난해 4966억원의 매출액과 2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레미콘사다. 동양시멘트가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삼표그룹이 차입금 8000억원(연결기준)에 대해 연간 부담해야할 400억원(약 5% 기준)의 금융비용은 본업의 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이 시가 기준 3587억원 짜리 딜에 5500억원을 지원하는 가치평가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동양시멘트의 인수가치를 시가의 230%로 평가한 주도자는 삼표인데 산업은행이 이 기준을 근거로 시가의 153% 자금을 밀어주는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내에서도 이번 딜을 두고 삼표가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사돈기업이라 영향력이 미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시멘트 업계의) 가격 경쟁이 발생한다면 인수금 부담이 큰 삼표의 재무리스크 악화가 가장 도드라질 것"이라며 "기존 시멘트사는 가격 인하를 통한 삼표의 실적 악화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