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주식 매각제한 풀려..다음 행보에 '주목'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삼성SDI·삼성화재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발급 받은 ‘실질주주증명서’를 지난 24일 반납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엘리엇은 지난달 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반대한다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뒤 예탁원에서 이들 3개사에 대한 실질주주증명서를 발급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 각각 1%를 보유하고 있다.


실질주주증명서란 주주가 예탁원에 맡긴 주식에 대해 본인 소유임을 확인받는 문서다. 주주 권리 행사 혹은 법원에 주주 관련 소송을 제기할 때 필요하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제 32조(실질주주증명서의 발행)에 따르면 이 증서를 발급받은 경우 해당 주주는 증서의 사용기간 동안 주식을 처분하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할 수 없다. 다만 사용기간 내에도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하면 주식 처분제한이 풀린다.

실질주주증명서는 사용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반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엘리엇이 예탁원에서 받은 실질주주증명서의 사용기간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굳이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이 가결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엘리엇이 주식 처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할 때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라고 밝혔다.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라고 밝힌 뒤에 지분을 팔고 떠나도 어떤 제재도 없다. 따라서 엘리엇으로선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한 만큼 언제든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다만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주식을 팔고 떠나면 경영참여 목적이라고 공시한 직후 주가가 올랐을 때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삼성물산 주가가 27일 종가 기준 5만7900원까지 떨어지면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5만7234원)에 근접한 만큼 지금 당장 주식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한 만큼 엘리엇이 삼성물산 경영권 공격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다만 엘리엇이 지금 삼성물산 주가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장내에 주식을 대거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주요주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지분을 남겨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요할 때 실질주주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아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해 삼성물산 주가가 더 떨어지면 지분을 더 매입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