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올 하반기 '반전 키워드=환율·신차'

올 들어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기아차가 하반기 반전에 나선다. 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와 잇단 볼륨모델 신차 출시가 분위기 전환의 키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핵심 관계자는 28일 "상반기 실적 악화의 주범이 이종통화 약세와 전반적인 '모델 노후화'였다면 올 하반기 반전의 키워드는 '달러 환율'과 '신차'"라며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하반기엔 해볼 만한 하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환율 100원 오르면 매출 3조원 늘어= 현대차 (236,500원 ▲5,500 +2.38%)와 기아차 (110,600원 ▼1,600 -1.43%)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7.1%, 22.8%씩 줄어들었다. 신흥시장 통화약세와 유로화 및 엔화 약세 등 환율 악재가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이다.

하지만 2분기부터 외부 경영환경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 한 건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 3년 만에 장중 1170원을 돌파했다.

현대·기아차가 실적 기준으로 삼는 달러당 원화 평균 환율도 전년 2분기 1030.4원에서 올 2분기엔 1097.8원으로 70원 가까이 올랐다. 외환시장에선 달러당 원화 환율이 연내 12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수출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환율이 오르면 미국 등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환산 매출과 이익도 늘어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강달러는 원화뿐 아니라 엔화나 유로화 등 주요국의 통화 약세를 부추기지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이종통화 약세로 인한 수익성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 실적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은 4200억 원 가량 늘어난다.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수출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78.2%)을 대입하면 현대·기아차의 매출 증가 효과는 3276억 원에 달한다. 환율이 100원만 올라도 전체 매출액이 3조원 이상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이익이 각각 7%, 10%씩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이 "환율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익성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점유율 확대 선봉 '아반떼·스포티지' 출격= 현대·기아차가 하반기에 믿는 구석은 또 있다. 상반기 뜸했던 볼륨모델 신차들이 잇따라 출시된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241만5777대)이 3.2% 줄었다. 기아차(152만8192대)도 1.2% 감소했다.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동반 부진에 빠진 데다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침체, 주요 모델 노후화로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지난 달 출시한 신형 K5를 필두로 다음 달 신형 아반떼, 9월 신형 스포티지 등을 연이어 선보인다. 현대차의 글로벌시장 대표 차종인 준중형 세단 '아반떼'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 판매량 93만 여대로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최고 인기모델이다. 현대차의 전체 차종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이 15%에 달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아반떼가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되면 판매 및 점유율 상승은 물론 노후 모델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 수익성 개선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국내 출시된 신형 투싼도 이달과 다음달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되고 오는 9월에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본격화된다.

기아차에선 최근 출시된 중형 세단 신형 K5에 이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스포티지가 선봉에 나선다. 기아차 관계자는 "K5와 스포티지는 기아차 글로벌 판매 비중이 각각 9.5%와 15.1%에 달하는 볼륨모델"이라며 "신차효과를 바탕으로 연초 계획한 판매목표(315만대)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