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분할상환'에 빌라 사기도 버겁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보증금 1억5000만원의 다세대주택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직장인 A씨는 내년 계약 만료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살고 있는 집을 아예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 1억원을 연 3% 이자에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으면 5년간 매월 25만원 정도의 이자만 내도 돼 부담이 적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분할상환으로 유도한다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A씨가 1억원을 10년간 ‘원금균등상환’으로 갚아나갈 경우 첫 달에는 25만원의 이자에 상환 원금 83만3333원 등 총 108만3333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달 납입원금이 늘어나고 이자가 줄어드는 ‘원리금균등상환’으로 할 경우 10년간 매월 96만5607원을 내야 한다. 결국 이같이 매월 갚아야 하는 비용이 커 A씨는 낙담했다.

주택담보대출시 원금 분할상환 방안이 주인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해 자금이 많지 않은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아파트뿐 아니라 서민주택으로 불리는 연립·다세대주택으로의 진입도 어려워진다.

그동안 기존 아파트 전세난에 월세 부담까지 피로감이 높았던 이들이 눈높이를 낮춰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7월 한 달간 서울시내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5394건으로 지난해 7월 거래량(3021건)보다 78.6%나 늘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소위 ‘빌라’로 불리는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거래가 늘어날 때를 분석해보면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을 때”라며 “그만큼 연립·다세대주택이 싸기 때문으로 최근 (연립·다세대의) 거래증가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실시되는 내년부터는 연립·다세대주택 역시 이자와 원금상환으로 매달 부담해야 하는 거주비용 지출이 커진다.

강서구 염창동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아파트는 전세가 없고 매달 100만원 이상 월세가 부담스러워 다세대주택에 관심이 있었는데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이 실시되면 월세와 마찬가지로 다달이 내야 하는 이자와 원금부담이 커 지금 형편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월 상환부담액이 늘면 투자가치도 이전보다 낮아질 것이란 평가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임대사업자들은 원금은 놔두고 월세를 받으며 대출이자만 갚아 나가다 매매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다”며 “하지만 연립·다세대처럼 현금 전환성이 약한 부동산을 원금 상환까지 같이하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 중 하나인 다가구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월세를 받아 안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자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대출시 소득증빙과 함께 원금분할상환을 해야 하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만큼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W공인중개소 대표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임대를 놓더라도 대부분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데 소득증빙이 필요하면 세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고 원리금 분할상환도 부담스러운 만큼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