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줄 돈 안주고 '성과급 잔치'한 국립대병원

국내 최초의 국립대 치과대학병원인 강릉원주대 치과병원 교수들이 무단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수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각종 비위 사실이 교육당국의 감사에 대거 적발됐다.

또 직원 채용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나이·출신지 등을 차별하고, 재료를 납품한 업체에게 9억 원을 수년간 갚지 않는 이른바 '갑의 횡포'도 드러나 국립대병원으로써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강릉원주대 치과병원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인사복무 △예산·회계 △의료·진료 △연구비·시설 등에서 총 30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고 28일 밝혔다.

전체 적발 건수의 절반인 15건이 재정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이 병원이 그동안 얼마나 방만·부실하게 운영됐는지 알 수 있다.

실제 강릉원주대 치과병원은 매월 '임상연구보조수당'을 지급받는 겸직교원 30명에게 이사회 의결도 없이 임상연구보조비 명목으로 3억6000만원을 이중으로 줬다. 강릉원주대에서 해외 학술회의 참가 경비 보조금을 이미 받은 겸직교수 28명에게도 병원돈으로 학술회의 참가보조비 845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폐지된 연차보전수당을 그대로 운영해 32명에게 2억원을 부당 지급하는가 하면, 자기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업무연구수당, 행정(의료) 업무수당 등 급여성 수당 4종을 만들어 3억원을 나눠 먹었다.

이처럼 여러 수당 잔치를 벌인 이 국립대병원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610건의 보철재료를 납품한 60개 업체에게는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면서 8억6910만원을 미지급하기도 했다.

인사에서도 부적절한 사례가 적잖게 걸렸다. 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109명의 지원자에 대해 필기시험조차 치르지 않고, 연령과 지역 등을 평가요소에 반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는 고용에서 성별, 종교 등 신상과 관련된 차별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정규직 16명을 특별채용 할 당시에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고사하고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없이도 뽑았다.

병원장 등 2명은 2011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업무용 차량을 사적 용도로 이용하면서 유류비 1000만원을 기관예산으로 집행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접촉사고의 수리비도 병원예산으로 대납했다.

교육부는 병원장 등 관련자에게 경고나 주의, 경징계와 함께 강릉원주대 치과병원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부당하게 집행된 예산 11억원에 대해서는 회수조치하기로 했다.

일부이긴 하나 공공의료기관으로써 국민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국립대병원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가 발생한 만큼 이를 제대로 감시할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국립대병원은 대학본부, 총장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사실상 없다"며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이 어느 정도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원주대 치과병원 관계자는 "10여 년 만에 감사를 받다보니 크고 작은 내용이 전부 걸린 것 같다"며 "세입조치에 대한 이행계획 등 지적사항을 교육부에 보고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