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고PBR·고PER株, 조정장세 우려없나

조정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제약·바이오, 화장품, 핀테크(금융·IT 융합서비스) 등 시장주도 업종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업종은 순자산가치나 이익창출능력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높다는 점, 전통 대형주에 비해 성장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고PBR(주가순자산비율) 고PER(주가이익비율) 종목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중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기존의 중후장대형 종목에 비해 성장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에 상대적 매력이 더 높다는 얘기다.

28일 투자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12개월 향후 전망치 기준 PBR과 PER에 대한 3개 이상 증권사의 전망치가 존재하는 종목의 수는 코스피·코스닥을 아울러 총 341개사에 이른다. 이들의 PBR 평균은 2.28배, PER 평균은 20.36배다. 조사대상 기업의 주가가 BPS(주당순자산가치)의 2배 이상, EPS(주당순이익)의 20배 이상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종별 편차는 매우 크다.

와이즈에프엔이 분류한 26개 업종 중 PBR, PER 평균치를 밑도는 업종이 20개로 이들의 PBR 평균은 1.26배, PER 평균은 14.33배에 그친다. 나머지 6개 업종의 PBR, PER이 과도하게 높아 전체 평균치의 왜곡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화장품·의류업종과 건강관리 업종의 PBR은 각각 5.93배, 5.27배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PER도 각각 27.52배, 54.04배에 이른다. 호텔/레저, 소프트웨어, 미디어/교육 등 업종의 PBR도 3배 이상이며 PER도 24~25배 수준에 형성돼 있다.

PBR, PER 상위종목군에서도 업종별 편중화 현상이 확연히 나타난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사 콜마비앤에이치 (14,440원 ▼360 -2.43%)의 PBR은 34.31배에 이른다.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섹터의 메디톡스 (132,300원 ▼5,200 -3.78%), 인바디 (27,200원 ▼500 -1.81%)나 화장품 섹터의 코스맥스 (130,300원 ▼400 -0.31%), 엔터, 핀테크 섹터에 속한 로엔 (99,900원 ▲800 +0.8%), 한국사이버결제 (11,110원 ▼390 -3.39%) 등이 PBR 상위 20개에 포진해 있다. 이들의 PER은 최고 314배에 이른다.


반면 철강업종의 PBR은 0.51배에 불과하다. 주가가 BPS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통신, 보험, 에너지, IT가전, 조선 등 업종도 PBR이 1배 미만이다. 자동차, 증권, 은행, 기계, 운송, 화학, IT하드웨어, 건설 등 다수 섹터가 PBR이 2배 미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업종의 PER도 최저 8배에서 높아봐야 16배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고PBR, 고PER 종목의 주가가 비싼지 여부를 논하기보다 이들 업종에 프리미엄이 부여된 이유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시장 전반에서 성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최근 주도업종인 성장주에 프리미엄이 부여되는 것은 정당하다는 얘기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주가가 비싼지 여부를 논하는 것은 가치주에서나 통용되는 방법론일 뿐 성장주에 적용할 방법론은 아니다"라며 "국내경제가 5분기 연속으로 저성장의 위협을 받으며 성장에 목말라 있는 시점에서 성장주에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되는 상황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처럼 시장 거래대금이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면 PBR, PER이 높은 업종의 조정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지금은 시장금리 하락으로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려오는 상황"이라며 "현재 고PBR, 고PER종목으로의 쏠림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이들은 오로지 가치투자만 하겠다는 이들에 국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약/바이오, 화장품 등의 성장성을 뒷받침해 온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현재의 고(高) 밸류에이션 종목의 주가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는 신약개발 등 성장스토리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 화장품은 중국내수 확대 프리미엄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올라왔고 이 논리는 여전히 탄탄하다"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논리가 부족하다면 과열해소로 인한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아직은 이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KRX(한국거래소) 18개 섹터지수 중 제약/바이오주가 주로 편입돼 있는 바이오텍 섹터지수가 2.36%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레저/엔터, 미디어통신, 필수소비재 등 섹터도 상승률이 1~2%대에 달했다. 이날 코스피, 코스닥이 장중 1~3%대의 낙폭을 보였음에도 이들 업종의 상승탄력은 강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조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고 밸류에이션 업종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금리인상은 향후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 현재의 기업가치(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저성장시대에 상대적인 성장성 매력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업종일수록 낙폭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금리 인상을 계기로 고 밸류에이션 종목에 높은 할인율이 적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미 빠질 대로 빠진 대형주에 비해 고밸류 코스닥의 조정폭이 더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