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첫 출근 새벽처럼…"재난과 슬픔 이겨낸 성동구는 한 가족"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고유선 기자 =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5.7.22/뉴스1 2015.07.22/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 중 두번째로 나이가 젊다. 검은 테 안경에 웃음도 밝아 실제 나이보다도 '동안'이다.

민선6기 당선 후 1년 동안 정 구청장은 야위었고 흰머리도 생겼다. 주름살도 늘었다. 직원들은 '워낙 왕성하게 구정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자신도 "요즘 그런 얘기 자주 듣는다"며 웃었다.

매니페스토 공약실천계획 평가 최고등급 획득, 옥수·금호지역의 숙원이던 일반계 고교 유치 성공, 고용노동부 전국 지자체 일자리 대상 수상, 안전도시만들기 서울시 인센티브 최우수구 등 초선 구청장의 1년 성적표라고 쉽게 믿기지 않는 결과물만 봐도 그가 얼마나 동분서주했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도 할일이 많다. 특히 구민의 숙원인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왕십리민자역사 지역상권 활성화 등 다양한 숙제를 안고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22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와 현대 모두 성동구에 부채의식을 갖고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계획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슈인 민자역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성동경찰서 이전문제에 대해선 "지은 지 28년된 성동경찰서 건물의 리모델링 시기가 다가와 자연스레 이전 문제를 검토할 때가 올 것"이라며 "준비하고 대비하되 서로 호혜적 분위기에서 이전할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숲에 안데르센 공원을 유치하고 태조 이성계를 통한 역사스토리텔링을 추진해 구내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할 계획도 소개했다.

전국을 들썩이게 한 메르스 사태와 중국 연수 도중 불의의 버스사고로 숨진 고 조중대 서기관 사건으로 험난한 시기를 보냈지만 직원들의 단합과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로 승화시켰다고 되돌아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선 구청장이라 지난 1년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 돌아본다면.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다. 예전에 구청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대략 예상할 수 있었다. 막상 구청장이 돼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주민들을 현장에서 접할 때 그 분들의 절박함, 주장의 당위성 이런 것들이 피부에 와 닿았다.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 (의원에게)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돕는 차원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다르더라. 창과 방패가 부딪히는 난국에서도 어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구청장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해결해야만 한 발짝 나갈 수 있다. 고민도 많이 하게되고 시간도 많이 든다. 흰 머리 대부분이 그런 데서 생기는 것 같다.(웃음)

-구청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주민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구민이 구청장을 보고 싶으면 1주일 내 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놨다. 좋은 점은 주민들이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구 최고 책임자에게 얘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해결되는 게 많다.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담당 과의 시각으로 보면 안 풀리는 일이 있다. 그런 것을 제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많은 부분이 풀렸다. 해결 안 되더라도 구민들은 속 시원하게 얘기도 했고 구청 직원들은 매달려서 해결해보려고 애썼는데 안 됐다고 하면 수긍도 하신다.

-청장 취임하며 345개의 공약을 내놨는데 이번에 매니페스토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혹시 포기한 공약은 없나.
▶없다. 다만 애초 임기 내에 완성한다기보다 장기 과제로 제시한 게 10개 정도 있다. 2호선 지하화, 성동경찰서 이전 등이 그렇다. 나머지 공약은 기간을 정해 놨다. 거의 모든 게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예정보다 더 빨리 된 것도 있다. 30% 정도는 이미 달성했다.

-성동구에서 자리를 옮겨야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삼표레미콘 공장과 성동경찰서다. 왕십리민자역사 인근 활성화 방안의 핵심인 성동경찰서 이전이 잘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이 반대한다. 우리 구에서 경찰서 이전 부지도 마련해놨다. 굉장히 입지가 좋다. 그런데 경찰 측이 계속 반대하고 있다. 과거에 경찰서를 옮기라고 서명운동도 하고 마치 기피시설인양 대접하기도 했다. 저는 취임 이후에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들과 긴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타이밍이 있다고 본다. 지금 성동경찰서는 지은 지 28년 이 됐다. 낡아서 경찰들도 불편해 하고 있다. 30년 정도 되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그러면 1~2년쯤 세를 살다 와야 한다. 차라리 새 건물을 지어서 이전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경찰서는 구민에게 굉장히 필요한 시설이다. 현재 경찰서 위치가 출동하기도 좋다. 치안은 굉장히 중요하다. 성동구 발전을 위해 (일방적으로) 경찰서 위치를 옮겨달라고 할 수는 없다. 준비하고 대비하되 서로 호혜적 분위기에서 이전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은 구민의 88.3%가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처럼 역시 숙원사업인데.
▶공장 이전은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잠시 중단되긴 했다. 하지만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전 계획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가 원래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로 오기로 했다가 강남으로 갔다. 서울시도 부채의식이 있을 것이다. 현대차가 성동구에 왔으면 환영받을 수 있었다. 지금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에서 현대차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현대차도 10년 동안 성동구에 오겠다고 하더니 한 마디 말 없이 강남으로 갔다. 저쪽도 부채의식이 있을 것이다. 저 공장 부지도 현대 땅이라 결국 서울시와 현대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관심 많고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잘 해결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부지 활용 방안은 진척된 게 있나.
▶그 부지에 무엇이 올지는 서울시와 의논해서 하겠다. 다만 공장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뭐가 오는 지는 그 다음 얘기다. 삼표레미콘 공장이 지금까지 못 옮긴 건 현대 때문이다. 본사를 짓겠다고 해서 이전하려다 중단된 것이다. 그게 7년 정도 흘러 적기를 놓쳤다. 뭐가 오느냐 보다는 삼표가 나가는 게 중요하다.

-성동구는 서울숲을 비롯해 문화관광벨트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 서울숲에 안데르센 공원 유치를 추진한다던데.
▶서울시가 용역 중인 걸로 안다. 성동구가 유력 후보 중 하나라고 들었다. 서울숲이 좀 더 발전하려면 인접해 있는 삼표레미콘이 나가야 한다. 원래 서울숲 부지로도 돼있었는데 못 보낸 것이다. 서울숲은 잔잔한 힐링은 되는데 뭔가 추억을 남길만한 시설이 부족하다. 찾아온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자랑할 만한 게 마땅치 않다. 서울숲 일부에 안데르센 동화공원이 조성돼 인어공주 동상 등이 들어서면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올 것이다. 인어공주가 산에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강변에 접해있는 성동구 서울숲이 제격이다.

-그밖에도 문화관광자원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태조 이성계 축제를 준비하려고 한다. 이성계를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성동구에 많다. 첫 번째는 이성계의 명을 받은 무학대사가 조선의 도읍을 정하러 가다가 성동구 왕십리에서 도선대사를 만나 '십리를 더 가라'라는 말을 듣고 경복궁 터를 잡았다. 그래서 이름이 왕십리(往十里)가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살곶이다. 이성계가 아들인 태종 이방원을 못마땅히 여겨 활을 쐈다는 곳이 살곶이 다리다. 그리고 응봉산은 태조가 매 사냥을 즐기던 곳이다. 지금 동명초등학교 자리에 왕좌봉이라고 있는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도읍을 정하기 위해 서울의 지형을 살펴보던 곳이다. 성동구민걷기대회에서 이성계 사냥행차를 재현하고 있는데 이를 묶어서 축제로 기획할 수 있다. 지금은 스토리텔링 시대 아닌가. 성동구의 이성계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 내년부터 축제가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취임 후 첫 번째 결재서류가 시설물 안전진단 추진계획이었을 정도로 안전을 강조해왔는데.
▶이전에는 성동구 안전도가 평균 이하였는데 이번에는 서울시 2014 지역안전도 진단평가에서 1등급에 선정됐다. ‘어린이 청소년 생명안전 보호에 관한 조례’도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하지만 안전을 생활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화재 현장에 소화기가 10개 있어도 제대로 쓰는 건 1개뿐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래서 구민들의 생활안전 체험을 위한 생명안전배움터를 만들었다.

-내년 용답동에 서울재사용프라자가 들어선다.
▶중랑물재생센터 때문에 용답동 일대에서 악취가 났다. 지금 지하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30만평의 일부분만 쓰고 상층부는 다 덮힌다. 거기에 축구장, 박물관 등을 만들 것이다. 중고자동차시장 주변에 자동차박물관을 세우고 시설을 현대화해 국제적 시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자원을 순환하는 친환경기업들도 많이 들어올 것이다. 다만 성동구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협의 중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5.7.22/뉴스1 2015.07.22/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있는데 최근 발표한 서울시와 자치구의 지방분권 선언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일부 구는 불만이 있는 듯하다.
▶일부 구는 아니고 1개구다. 강남구는 교부금 안 받아도 충분하니까. 서초, 송파 다 환영했다. 나머지 새누리당 소속인 중구, 중랑도 그랬다. 중앙정부 지방재정 정책에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서울시에서 선제적으로 해서 당장 타 시도로 확대되리라고 본다. 중앙정부에서 당연히 도와줘야 할 문제이고 그렇게 진행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번 조치로 성동구도 도움을 많이 받나.
▶각 구마다 평균 110억원 정도 지원된다. 우리는 올해 편성 못한 부분이 80억원 정도다. 적자는 벗어날 것이다. 작년에도 예산 부족해서 특별회계에서 35억원을 가져왔는데 올해는 그렇게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사업을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빚지지 않고 필수적인 부분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에 어려운 일이 두 가지 있었다. 메르스 사태와 지방행정연수원 연수생 버스사고인데 대처 과정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추슬렀나.
▶메르스는 선제적으로 신속하게 잘 대처했다고 본다. 예전에 선거 상황실장을 자주 해봤다. 긴급상황에서 체계를 갖추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메커니즘을 잘 안다. 메르스는 발생하자마자 확대간부회의를 열어서 환자 이송체계를 갖췄다. 첫 날부터 우리는 24시간 메르스 콜 센터를 운영했다.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직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으면 안된다. 그래서 콜센터 직원을 임시 채용해서 24시간 3교대로 근무시켰다. 엠뷸련스를 추가로 확보해 의심환자가 생기면 무조건 보냈다. 초기에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학교, 거리를 우선 방역했다. 환자 정보, 동선도 공개했다. 어제(20일) 12시를 기해서 환자 0, 격리자 0, 모니터링자 0을 기록했다. 오늘부터 사실상 메르스 종식이 됐다.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 직원들 단합이 잘 됐다. 보건소 직원들이 굉장히 구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아졌다. 그런 게 큰 성과다.
지방행정연수원 연수생 중국 버스 추락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故) 조중대 서기관님의 일은 굉장히 슬펐다. 온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아픔을 나누면서 끝날 때까지 함께 해줬다. 노제할 때는 본청 전 직원들이 이른 시간에 다 나와 27년 정든 구청을 떠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모금도 생각 이상으로 돼서 가족들한테 다 전달이 됐다. 슬픈 일이었지만 성동은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강해진 계기도 됐다. 고인은 우수한 공직자셨고 연수도 포상의 의미로 간 것이라 안타깝다. 1년에 한 명씩 모범 사무관을 교육을 보내드리는 것이었다.

-초선 1년을 마치고 이제 남은 임기가 3년이다.
▶구청장이 할 수록 어렵다. 처음에 가졌던 생각을 잃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된다. 아침에 나올 때 힘이 드는 날이 있다. 우리 집은 오전 5시50분에 모든 가족이 일어난다. 그런 날일 수록 취임식 날 첫 출근하던 그 때의 기분을 기억한다. 그 기분으로 남은 3년도 해야 하지 않을까.

-국회에서도 오랫동안 일해봤는데 국회의원보다 구청장이 힘든가.
▶비교가 안 된다. 다들 국회의원하다 구청장 되면 구청장이 힘들다고 하고, 구청장하다 의원하면 의원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구청장은 쉴 수 있는 게 1년에 법정휴가일수 20일 정도다. 딱 그 날 밖에 못 쉬고 나머지 모든 날은 짜여진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 휴가 중에도 비가 많이 오거나 불이 나는 등 이상이 생기면 무조건 돌아와야 한다. 정상적 출장 중에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회기 중에는 무척 바쁘지만 끝나면 자기가 시간을 콘트롤할 수 있다. 늘 긴장상태에 있는 게 구청장이다.

-야당이 소속 지자체장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당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교육감을 해봐서 그런지 지자체장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취임 뒤 맨 먼저 만난 사람들이 자치단체장들이다. 기초단체장과도 두 번이나 토론을 했다. 엊그제(19일)는 전주에 우리가 회의하는데 와서 3시간 동안 당 혁신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갔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지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해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는 1등을 했다. 인지도가 낮으니까 여론조사에서 부진해 떨어졌다. 앞으로는 이런 힘이 작용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생각이 당과 국정에 반영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자체장 입장에서 당 혁신방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방안의 내용보다는 실천하는 게 먼저다. 자치단체장들은 실천하는 걸 먼저 생각한다. 안 될 것 같으면 낮춘다. 그래서 집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습관화 됐다. 안은 다 훌륭한데, 어떤 방향으로 실천할 거냐에 관심이 있다. 단체장들은 당내에서 혁신안에 이견이 있어도 일단 혁신위를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결해서 실천하도록 해야지 실천도 되기 전에 갈리면 안 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프로필
▲1968년생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권한대행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졸업 ▲임종석 국회의원 보좌관 ▲열린우리당 보좌진협의회 회장 ▲민주당 부대변인 ▲성동구도시관리공단 상임이사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부의장 ▲민선6기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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