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맞불'… 은행권 계좌이동제 빅뱅 서막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이 계좌이동제 대비 신상품을 공식 출시하며 계좌이동제를 둘러싼 은행권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행내 테스크포스(TF)에서 '비밀리' 전략을 추진해 오던 은행들이 이번 달 들어서 본격적으로 상품 출시에 나서고 경쟁사보다 더 강화된 서비스를 포함시키는 등 '집토끼'를 뺏기지 않기 위한 공개적인 행보가 빨라진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 통장, 카드, 적금, 대출로 구성된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을 출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수시입출금 예금인 KB국민ONE통장에 가입할 경우 기존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에게도 수수료 면제·대출금리 할인 등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카드결제실적 한 건'으로 대폭 낮추는 등 타행에 비해 공격적인 서비스를 담았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이 앞서 지난 13일 내놓은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적금 패키지'의 경우, 신한카드 결제실적 월 30만원 이상 등의 조건을 걸었고 전자금융수수료 등 수수료 면제 혜택도 월30회 등으로 제한한데 비해 '강력한' 방어 의지가 담긴 셈이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신용카드 대금이나 통신료, 각종 공과금 등 자동이체를 별도 신청 없이 새로운 계좌로 일괄 이전하는 제도다.

오는 10월부터 신용카드대금, 통신비, 공과금 등 조회 및 계좌 이전이 가능해지며 본격적인 계좌이동제가 시작된다. 내년 2월부터는 오프라인 은행 영업점에서도 조회·계좌·이체변경이 가능해진다.

이에 수신규모가 큰 대형은행들은 방어를 위해, 후발 은행들은 고객 선점을 위해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개가 예상돼 왔다.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선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 시 226조원 규모의 은행권 수시입출금식계좌 자금의 대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계좌이동제의 대상이 되는 은행권 수시입출식예금 잔액 약 450조원(계좌수는 약 2억여개)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월 25∼59세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최근 3년간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향후 교체할 뜻이 있다는 응답이 51.2%에 달했다.

이에 따라 통상 '저원가성 예금'으로 인식되던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고객 유치를 위한 비용이 추가되며 은행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서 볼 때 계좌이동제 성패의 관건은 비용을 지불하고 확보한 고객으로부터 교차판매 등을 통해 얼마만큼의 추가적인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계좌이동제 상품을 출시한 은행들은 예적금이나 대출 상품을 패키지로 내놨다. 앞서 3월 상품을 내놓은 우리은행은 주거래 요건 충족시 대출한도와 금리를 우대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동시에 선보였다.

국민은행 역시 KB국민ONE통장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적금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대출에도 금리혜택을 제공키로 했으며 신한은행도 주거래 고객에게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연 1.30%p까지 추가 이율을 주는 적금 상품을 함께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