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누적수익 212조원…기금 운용 개편은 안갯속(종합)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지난해 말 기준으로 469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누적수익금이 200조원을 넘어섰지만 기금 운용체계 개편 방향은 논란만 커질 뿐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5.25% 수익률을 기록해 23조326억원의 수익금을 벌어들였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2014년까지 얻은 누적수익금은 212조440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469조822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45%를 국·내외 주식투자, 해외채권 등 기금 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셈이다.

기금 운용 수익률이 주목받은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기금 운용체계 개편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오는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금 고갈을 늦추려면 국민들이 부담하는 현행 연금보험료율 9%를 대폭 올려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 차선책으로 기금 수익률을 극대화해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기금 운용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지난 21일 정책토론회를 열어 결과를 발표했다.

보사연 개편안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 내 일종의 투자공사로 만들고 독립성과 자율권을 부여해 유능한 민간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방안을 담았다.

그동안 역할이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복지부 차관에서 장관이 주재하는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개편해 재정추계, 재정목표 수립 등 제도·재정에 관한 총괄 기능을 부여했다.

이 같은 개편안을 적용하면 현행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운용자산 배분, 기금투자 정책 결정 등 운용체계에 집중하는 실무 기구로 기능이 재편된다.

해외 사례로는 별도의 투자공사 조직을 갖춘 해외 연기금 캐나다연금투자이사회(CPPIB)가 지난 2013년 16.9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제시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기금 총 수익률은 4.19%, 수익금은 16조6513억원이었다.

CPPIB는 기금 운용 시스템이 제도와 완전히 분리됐다. 지역별로 안배된 금융·경영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된다.

금융투자 조직인 기금 운용 인력은 1000여명으로, 검증된 전문가를 고용하는 원칙에 따라 급여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고경영자(CEO) 보수는 기본급여 50만5000달러와 기타 성과급으로 313만4503달러를 합친 363만9503달러이다.

임원급은 기본급여 38만369달러에 기타 성과급 251만6836달러를 합해 289만7205달러 수준이다. 기금운용본부를 장기적으로 CPPIB 같은 조직으로 만들어 유능한 인력을 영입하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고 기금 고갈을 늦출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장기 수익률은 국민연금 높아…국민연금법 개정 '산 넘어 산'

CPPIB 등 해외 연기금이 연평균 15%가 넘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지만 장기 수익률은 국민연금이 더 높다는 점에서 운용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 노조원들이 국민연금기금 운용 개편방안에 반대하는 피켓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14년간 '전 세계 7대 연기금의 장기수익률'은 국민연금이 6.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퇴직 공무원 공제회인 칼퍼스(CalPERS) 5.45%,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5.29%, 캐나다연금투자이사회(CPPIB) 5.22%,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 4.99% 등의 순이었다. 최하위는 일본 공적연금(GPIF)으로 장기 수익률이 1.61%에불과했다.

국민연금은 2000년 마이너스 0.1% 수익률을 기록한 이후 2001년 12%, 2005년 5.4%를 기록하다가 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마이너스 0.2% 성장을 했다. 이듬해 10.8%로 수익률을 회복한 이후 2013년 4.2%를 기록했다. 지난 14년간 두 번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CPPIB는 2003년 31.7%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2008년에는 마이너스 18.6%로 곤두박질쳤다. GPFG도 2003년 12.6%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2008년 마이너스 23.2%를 기록했다.

개편안을 반대하는 그룹은 해외 연기금이 높은 연평균 수익률을 달성한 것은 맞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닥치면 국민 노후를 책임자는 기금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걱정한다.

참여연대 이찬진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변호사)은 "민간전문가 참여로 인해 전문성을 높이고 기금이 안정화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라며 "기금 운용 개편은 국민들이 노후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원하는지 사회적 합의를 구한 다음에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금 운용 개편은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실현된다. 복지부는 정부 입법보다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개정하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국회에는 세 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지난 2012년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기금운용본부를 연금공단에서 분리해 특수법인으로 만들어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이 같은 해 발의한 법안은 기금운용본부 분리를 반대하고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도록 명문화하는 등 공적 역할에 중점을 뒀다.

지난 27일에는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기금 운용을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금 운용체계 개편은 법 개정이 핵심이지만 야당 반대가 거세다. 앞서 발의된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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