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컨테이너 쌓인 옛 택시차고지 찾는 남자…왜?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오원선 코오롱FnC 전무. /사진=이기범 기자

"잔칫집에도 손님 많이 오면 좋잖아요. 주말마다 젊은이들로 미어터지는 것 보면서 항상 즐겁고, 힘 받고 갑니다."

코오롱FnC의 전략·기획통으로 캠브리지 인수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오원선 경영전략본부장(53)이 젊은 소상공인 창업의 도우미로 나섰다. 오 전무는 지난 4월 오픈한 서울 건대 컨테이너쇼핑몰 커먼그라운드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8일 커먼그라운드에서 만난 오 전무는 "기획부터 오픈까지 대략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땅을 구하고 건물을 올리는 과정은 쉬웠다. 버려진 택시 차고지를 임대해 컨테이너박스 200개를 올렸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건대입구역 상권의 끝자락에 있다 보니 선뜻 들어오겠다는 브랜드가 많지 않았다.

이때부터 오 전무의 '발품'이 시작됐다. 지역 맛집을 돌면서 숨은 고수들을 만나고, 유명 푸드트럭 '김치버스'나 호텔신라 중식당 주방장 출신 최유강 셰프 등에게 창업의 터전을 보여줬다. 먹거리 외에도 주얼리, 패션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게 관건이었다. 인터넷 쇼핑몰 중 차별화된 컨셉, 건대입구역의 2030문화에 어울릴만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다녔다.

코오롱 계열 패션브랜드 입점은 모두 배제됐다. 오 전무는 "타겟고객이 20~30대 젊은 층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공유가치 창출을 위해 만든 쇼핑몰인만큼 코오롱 브랜드는 컨셉에 맞지 않아 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 오픈할 때는 패션브랜드 56곳, 먹거리 16곳과 함께 시작했다. 오 전무는 이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그는 "오픈하던 날 이곳에 온 업계 관계자 등도 성공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봤다"며 "지금은 SNS에서 바이럴마케팅 불이 붙으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연면적 5300여㎡의 커먼그라운드 일평균 방문자는 1만명 수준이다.

오 전무는 커먼그라운드를 두고 "창업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상생 플랫폼"이라고 칭했다. 입점 이후에도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업체들에게는 전문가를 대동한 8주간의 클리닉을 제공한다. 또 양꼬치골목, 건대로데오와 연결되며 침체된 건대입구역 상권 전체를 살리고 있다.

요즘 오 전무는 매 주말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 전무는 "커먼그라운드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과 입점 가게들을 보면서, 커먼그라운드가 많은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앞으로 2호점, 3호점을 통해 창업을 꿈꾸는 더 많은 이들의 희망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