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는 누구?

글 조은아 기자


과연 우리나라 제1호 인터넷 전문은행은 누가 될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6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 발표에 이어 7월에는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매뉴얼을 확정했다. 오는 9월에는 1차 시범사업자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0~11월 중 심사를 거쳐 12월에는 1~2개 시범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 또 은행법 개정에 따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2차 시범 사업자 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매뉴얼을 통해 공개된 인가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금융당국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 인가 시 혁신성, 안정성, 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 해외 진출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겠다”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중심으로 인가 심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 유력 후보로는 초기에는 기존 은행들이 주목받았다. 전문성을 갖고 인터넷 전문은행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권의 참여에 대해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처럼 전세계 핀테크 시장을 움직이는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기존 은행권으로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제2금융권의 참여를 독려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세간의 시선은 기존 은행권에서 다른 곳으로 쏠리고 있다.



ICT 업계에선 다음카카오가 가장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모바일 은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를 잇따라 선보였던 다음카카오는 사업목적에 전자금융업을 추가했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연계가 가장 큰 무기가 될 듯하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를 연동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고 있다.

증권사들도 인터넷 전문은행 대전에 뛰어들었다. 은행 계좌와 연동하는 증권 계좌의 특성상 비대면 채널인 인터넷 전문은행은 수수료 절감 효과가 큰데다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해볼 만한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은산분리 규제에서 자유로운데다 금융당국의 발표 후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의사를 밝히고 TF를 꾸렸다.

온라인 주식거래 강자 키움증권 역시 모기업인 다우기술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 전문은행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1차 시범 사업자 예비인가에는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9월 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1호 온라인 전문 증권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준비하고 있다. 홍원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다른 증권사와 컨소시엄을 맺거나 독자설립을 추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인가를 받는 1~2곳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사 중에서는 7월, KT가 처음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TF를 꾸렸다. 현행 은행업 지분제한법 때문에 시중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형태를 계획하고 있다. KT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지분 4%만이라도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고려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현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시장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인터파크도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인터파크는 텐센트와 제휴를 맺고 간편결제 서비스 ‘텐페이’를 인터파크의 중국어 쇼핑몰 사이트의 결제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자회사로 B2B 오픈마켓 아이마켓코리아를 보유하고 있어 전자상거래 노하우를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발휘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그룹도 BNK금융지주와 손잡고 예비 인・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거느리고 있으며 롯데그룹이 2대 주주다.롯데그룹은 편의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국적인 유통망을 점포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라쿠텐그룹의 일본 내에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한 라쿠텐은행 사례와 비슷하다.

지자체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이다. 경기도는 남경필 도지사가 나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의지를 피력했다. 사회적기업과 금융 소외계층을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9월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신청에 나선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에 한해 인터넷 전문은행을 허가해 준다는 방침을 내세운 바 있어 경기도가 직접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확실치 않다.

또한, 전자결제회사 KG이니시스, 다날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1차 예비인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직접 진출 의사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회사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LG CNS와 SKC&C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 모두 인터넷 전문은행 플랫폼 구축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회사들과 논의 중이다.

보안・인증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나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고객 대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신용평가회사 역시 언제든 합종연횡이 가능하다. 보안·인증 회사로는 이니텍, 모바일리더, 라온시큐어, 신용평가회사로는 NICE평가정보, 서울신용평가 등이 있다.

[본 기사는 테크엠 (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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