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저물가' 체감 못하는 이유?

극심한 가뭄으로 출하 물량이 크게 줄어 채소 가격이 폭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매대에 진열된 양파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br>

“0% 저물가라는 표현이 앞뒤가 안맞는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정부 물가통계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CPI) 통계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7%지만, 한국은행이 조사한 6월 일반인들의 물가인식은 2.5%로 격차가 상당하다.

2013년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물가인식의 평균 격차는 1.7%p로 집계됐다.

이같은 물가통계와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괴리현상과 관련해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은이 직접 설명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은은 30일 발표한 인플레이션보고서에서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상승률간 괴리요인’을 크게 △심리적 요인 △개인·지역별 소비패턴 차이 2가지 요인으로 설명했다.

기존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물가를 인식할 때 구입빈도, 비교시점, 가격변동 방향성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출금액 비중이 큰 품목의 가격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지만 개인은 소비지출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생필품, 음식료품 등 구입빈도가 잦은 품목의 가격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또 비교시점에 있어서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현재 물가수준을 비교하지만 소비자들은 과거 구매시점을 기준으로 현재 물가수준을 비교하는 성향이 있다.

예컨데 올해 6월 소비자물가통계에서 휘발유값 상승률을 지난해 6월과 비교하는 것과 달리 개인들은 최근 주유시점 가격 또는 과거 가격이 상당히 낮았던 시기와 비교해 가격이 실제 통계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상승에 민감하나 가격하락에 둔감한 심리적 요인도 통계와 체감물가의 괴리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앞서 독일 통계청은 이런 점을 고려해 품목별 가격의 상승/하락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한 체감물가지수(IPI)를 한시적으로 편제한 바 있다. 한은이 이 방식을 참고해 체감물가지수를 시산한 결과 체감물가와 실제통계간 격차가 0.1%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통계의 괴리는 개별 품목의 구입빈도보다는 가격상승에 민감하고 가격하락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가격인식의 비대칭성 성향에 크게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개별가구나 지역별로 소비품목이나 품목별 지출액 등 소비패턴이 차이가 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올해 초 담배값 2000원 인상은 통계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6%p 높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흡연여부에 따라 받아들이는 체감도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흡연자들의 실제 체감물가상승률은 훨씬 높지만 비흡연자들은 전혀 영향이 없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이다.

소비패턴의 차이점은 지역별 소비자물가 상승률 차이로도 나타난다.

2013년 이후 대체로 서울지역 물가상승률이 전국 평균치를 웃돌고 강원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는 2013년 이후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약세로 이들 품목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강원도는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반면 서울은 이보다 전월세 등 집값 지출 비중이 월등히 높아 물가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