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기아차 멕시코공장 양산시기 앞당겨라"

↑ 지난 3월26일(한국시간) 기아차 멕시코공장 현지 건설현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줄 맨 오른쪽)이 작업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격려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기아자동차가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州) 몬테레이 인근에 짓고 있는 현지공장의 양산시기를 내년 3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북미시장 판매부진과 중남미 신흥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조기 양산체제 구축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30일 현대차그룹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기아차 (109,400원 ▼2,800 -2.50%) 경영진에 내년 2분기로 예정돼 있는 멕시코공장 양산시기를 더 앞당겨 달라고 지시했다. 기아차는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 3월부터 멕시코공장을 가동하기로 하고 공장건설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멕시코공장의 조기 양산을 지시한 것은 글로벌시장 판매량 감소에 대응하려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생산·판매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 시장 공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주재한 상반기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도 세계 양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선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초 착공한 멕시코공장(연산 30만대 규모)은 기아차가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 공략은 물론 북미시장 수출 확대를 위해 건설 중인 새로운 생산거점이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직접 멕시코를 방문해 공장 건설 상황과 중남미 시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멕시코공장에서 준중형 세단인 K3(현지명 포르테)와 현지맞춤형 전략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10만대 양산을 시작으로 2018년 30만대 생산체제가 완성된다. 멕시코 내수시장에서 생산 차종의 14% 가량을 소화하고 나머지 86%는 중남미 및 북미시장 수출용으로 판매된다.

기아차는 공장 완공에 앞서 멕시코 현지 판매에도 본격 돌입한 상태다. 지난 1일부터 멕시코시티 등 10개 주요 도시에 21개 공식대리점을 열고 K3, 스포티지, 쏘렌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올 하반기엔 신형 K5(JF)도 투입한다.

기아차의 중남미시장 판매 실적은 지난해 16만 대 수준으로 전년보다 4.1%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현지 정정불안과 구매력 약화, 환율 여건 악화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줄어든 7만1000여 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는 그러나 하반기 멕시코 현지 판매가 본격화되고 내년 멕시코공장이 조기 가동되면 중남미 시장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 생산 물량의 북미 수출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는 미국시장 판매량 증가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현지공장 건설로 북미와 중남미 다수 국가들에 무관세 판매가 가능해진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의 사례를 보면 2012년 하반기 브라질 공장 설립 이후 중남미 시장 판매 실적이 2배가량 급증했다"며 "기아차도 내년 현지공장 양산이 본격화되면 판매증대 효과가 가시화되고 글로벌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