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엔 하루 3시간만 일 한다?…"케인즈가 틀렸다"

"케인즈가 틀렸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1930년에 쓴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이라는 글에서 100년 뒤에는 살림살이가 8배 더 나아져 노동시간이 주당 15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기준으로는 하루 3시간만 일을 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팀 하포드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29일(현지시간) 쓴 글에서 케인즈의 전망은 반만 맞았다고 지적했다. 향후 15년간 특별한 재앙이 없는 한 세계 경제는 케인즈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성장하겠지만 하루 3시간 노동은 실현하기 어려운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하포드는 미국 공영방송 NPR이 최근 그의 조카손주를 찾아 주당 15시간 일하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하포드는 미래 노동시간에 대한 케인즈의 예상이 빗나간 건 2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보다 근사한 이유는 인류가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을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적인 자극을 받고 일을 잘 했을 때 오는 성취감을 즐긴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남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고자 하는 욕망에 고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포드는 케인즈도 물론 이 2가지 이유를 생각했지만 충분할 정도로 심각하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1920년대 일을 안 해도 되는 '신사'들이 주도한 사회상이 그 배경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물론 지금도 일반인들은 더 좋은 집을 사고 더 훌륭한 학군에 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고된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지적이다.


하포드는 마크 아기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에릭 허스트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007년 쓴 논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두 교수가 1965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인들의 근로 및 여가 시간을 분석한 결과 케인즈가 예상한 만큼은 아니지만 남자든, 여자든 여가시간이 늘긴 했다. 그러나 학력이나 수입이 가장 높은 수준인 사람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여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모든 걸 포기하고 일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하포드는 이때부터 최상위 계층에 놓여 있는 사다리의 불평등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