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개 단체·시민 2786명, '사찰 의혹' 국정원 검찰에 고발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고발인 수천명을 모집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등 41개 단체는 3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인은 이들 단체와 지난 27일~29일 온라인에서 공개 모집한 시민 2786명이다.

고발 대상은 △원 전 원장 △남재준 전 국정원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전 국정원장) △이병호 국정원장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대행한 업체 대표이사 허모씨 등이다. 이 밖에 원 전 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 2차장 등 관계자들도 고발장에 올랐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국정원은 해킹팀에서 구입한 RCS(원격조정시스템)을 연구용 또는 해외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정이 드러나면 엄벌에 처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이 비밀정보기관라고 하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함은 부정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국민을 감시하고,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훔쳐봤다는 것이 최근 의혹들의 핵심인 이상 이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다음달 12일까지 시한으로 2차 고발단을 모집해 13일 추가로 고발장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비밀문서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세계 각국에 인터넷 감시 프로그램을 판매해온 이탈리아 업체의 내부 비밀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감시 프로그램을 사들인 수십여개 국가와 기관의 목록을 담고 있는데, 이 가운데 '5163부대'(5163 Army Division)이 국정원의 대외 명칭이라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에 국정원은 "총 20명분의 RCS를 구입했고 연구용 혹은 해외에서 필요한 대상에 사용할 목적이었다"며 영장 없이 도·감청을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정원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발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신)에 배당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