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으로 드러난 불투명한 롯데 지배구조, 개선될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첨예한 가운데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눈길이 쏠린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환 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어 오너 일가가 소수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계열사들도 지분이 뒤섞여 있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광윤사 지분구성은 베일에 감춰져 있어 그룹 내 역학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신 전 부회장 쿠데타로 불거진 그룹 후계구도를 전망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식음료, 유통 등 내수산업을 기반으로 재계 5위(자산83조)로까지 성장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고리 459개 중 90.6%에 달한다.

순환출자구조는 총수일가가 소수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장악할 수 있다. 롯데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한데다 계열사들이 또 다시 신규 법인을 설립해 나가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순환출자구조가 더욱 복잡해 졌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회장 일가→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일 양국 롯데 계열사'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한국 롯데만 떼서 보면 호텔롯데가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호텔롯데를 장악하면 한국 롯데 전체를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주주구성을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 그 누구도 개인 명의로 된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롯데홀딩스가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11개에 달하는 일본계 L투자회사와 광윤사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즉 한국 롯데를 지배하려면 최소한 롯데홀딩스를 장악해야 한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 총괄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가 27.65%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비상장사여서 정확한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광윤사의 경우 당초 신 총괄회장이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신에서는 이미 증여가 이뤄져 3%대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나온다.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설명이 엇갈리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각종 억측이 난무한다. 신동주·동빈 형제가 광윤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들을 만나고 차명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형제의 난'이 봉합되더라도 롯데그룹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세간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교통정리하려면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데다 어차피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고리는 현행법상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불투명한 지분현황도 롯데가 자발적으로 공개하거나 일본 공시관련 제도가 바뀌지 않는 파악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형제 갈등이 누구의 승리로 막을 내리던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이 우세를 유지하더라도 지분구조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구조를 손 볼 것으로 보인다. 또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 지원에 힘입어 극적으로 승리할 경우 한일 롯데가 분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지배구조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94세의 최고 총수가 자식들이 60세가 넘을 때까지 후계자를 명확히 하지 않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한 것이 혼란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외부 간섭 강화와 감시 등 견제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번과 같은 가족간 경영권 다툼이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