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감원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없다"

금융위원회

국회가 지난 2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담당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 직무수행자와 직무범위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금감원은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2일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달중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내 조사공무원과 금감원에서 온 파견직원들에 특사경을 부여해 조사단의 역량을 극대화할 것"이라면서 "금감원내 조사국에 단독으로 특사경을 부여할 계획은 없고 향후에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주식불공정거래는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내 자본시장조사관련 3개국이 맡고 있는데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만 특사경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통과된 사법경찰 직무관련법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소속 공무원과 금융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에 임명할 수 있다. 특사경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경찰과 마찬가지로 사건처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한다. 이 법은 2013년초 정부가 주가조작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정부안으로 추진했는데, 2년여만에 통과됐다.

법조문상으로는 금감원 직원들도 특사경을 부여받을 수 있어 금감원측 기대감이 컸다. 금감원은 늘어나는 자본시장 조사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사국 직원들에 특사경 부여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강제수사권 없이 단순 문답조사방식으로는 증거수집에 한계가 있어 지능화되는 주가조작이나 불공정거래 조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사경은 혐의자의 범죄경력이나 통신사실을 조회할 수 있고 출국금지 요청 등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사법처리가 간소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관부처이자 특사경 추천권을 가진 금융위가 완강한 입장이어서 금감원의 특사경 행사는 사실상 좌절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강제조사나 압수수색이 필요한 중요사건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수행하는게 타당하다"면서 "금감원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조사업무를 수행하되 필요시 자본시장조사단과 증선위의 지휘를 받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면 검찰에 바로 통보하는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이처럼 완강한 입장인 것은 금감원에 대한 특사경 부여가 자칫 증선위와 금융위 조사단 활동을 위축시키고 업무분장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금감원은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특사경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즉시 송치할 수 있는데 그렇게되면 금감원 조사 사건이 증선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면서 "증선위 업무가 회계분식 사건처리나 과징금 부과 등으로 축소되는 것을 경계한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 조사단에는 이미 검찰이 파견되어 있어 특사경 필요성이 덜하다"면서 "조사실무 대부분을 처리하는 금감원이야 말로 특사경이 필수적인데 결과적으로 파워게임에서 밀린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