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 무료생수 1병에 '시끌'…"중국 현주소가 담겼다"

330ml 생수 한 병 때문에 요즘 중국 전역이 시끄럽다. 이 생수 한 병에 중국의 개발과 성공, 부패, 기득권 쟁탈 같은 명암이 단적으로 녹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6일 중국 내 철도산업을 총괄하는 철로총공사가 전국 고속철도(뚱처) 주요 노선 승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왔던 '시짱 5100' 생수 1병(사진, 330ml)을 주지 않기로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이에 신징바오와 화샤시바오 등 중국 언론은 철로총공사가 언제부터 시짱 5100을 승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는지, 무상 제공한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시짱5100의 제조사인 '시짱5100수자원유한공사'는 이름 그대로 티벳자치구 해발 5100m 빙하를 수원으로 삼아 생수를 만들어왔다. 시짱5100은 2005년 설립됐는데 이듬해인 2006년 7월 칭하이-시짱 고속철도(칭짱철도) 개통을 노린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칭짱철도는 해발 5000m를 넘는 고원 구간이 많아 '21세기판 만리장성'으로 불렸다. 이를 계기로 중국 최대 오지로 꼽히는 티벳의 산업 활동에도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이다. 실제 시짱5100은 칭짱철도 개통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철로총공사가 칭짱철도 승객들에게 시짱5100 생수 한 병을 무상 제공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칭짱 구간에만 제공되던 생수는 다른 구간으로 확산됐고, 시짱5100의 매출은 티벳의 작은 기업 치고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200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철로총공사가 시짱5100으로부터 구입한 무상 제공용 생수만 15억9200만위안(2992억원) 어치에 달한다. 1년간 무상 제공용 생수 600억원어치를 구입하던 때도 있었다.

당연히 시짱5100의 실적은 날아갔다. 생수 납품 불과 5년 만에 매출은 6배 이상 늘었고, 순이익은 40배까지 증가했다. 철로총공사가 탄탄한 판로 역할을 해준 덕분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눈에 띈다. 철로총공사가 갑 중의 갑이었지만 생수 구입 단가는 오히려 시중 판매가보다 더 비쌌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2013년 철로총공사는 330ml 생수 1병당 2.15위안씩 총 1억5000만병을 구입했다. 그러나 이 생수는 시중 판매가격이 2위안 정도다.

대량 구입 할인을 받지는 못할 망정 되레 웃돈을 주고 생수를 사준 것이다. 구입 절차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난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철도사업의 공익성을 감안해 매년 철로총공사에 보조금을 지원 해왔는데 뒤집어보면 중앙 정부가 생수를 고가에 매입해 승객들에게 나눠준 셈이 됐다. 여기에 시짱5100의 법적 근거지가 영국령 카이만군도이며, 주요 주주들은 미국 사모아군도에 등록돼 있는 것도 의혹을 키웠다.

아직까지 시짱5100 생수 납품을 둘러싼 이런 의문들은 명쾌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철로총공사와 특정 권력층 간의 결탁이 없다면 불가능한 거래로 보고 있다.

사실 철로총공사가 부패의 구설수에 휘말린 것은 역사가 깊다. 지난 2013년 3월 당시 철도부가 교통부에 흡수합병 됐고, 이 과정에서 철로총공사가 떨어져 나온 이유도 부패 때문이었다. 2011년 류즈쥔 전 철도부 부장의 부패 사건으로 온 중국이 들끓었고, 급기야 부서 통폐합이 이뤄졌다.

이전에도 철도부를 교통부와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지만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등에 업은 류즈쥔 전 부장의 반대가 워낙 강해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집권하면서 철도부는 대대적인 반부패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끝내 최고 수장인 류즈쥔이 낙마하며 철로총공사가 탄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철로총공사는 부패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했다는 평이다. 문패를 바꿔 단 이후에도 최근 수년간 각종 비리 수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부패의 골이 깊다. 일부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중국 철도산업의 기득권이 그만큼 철로총공사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철로총공사가 승객들에게 나눠 준 생수 1병도 이 같은 부패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제 중국 사회의 눈은 과연 누가 시짱5100을 세웠고, 철로총공사를 흔들어 고가 납품을 관철시켰는지에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