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동차 시장 구조변화..한국기업만 불리한 건 아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상황이 최근 들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수요증가율이 기대했던 것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로컬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구조변화는 최근 주식시장 광풍으로 인한 후유증(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보다는 주식투자를 했다든지, 딜러들이 운영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자금난에 빠졌다는 소문)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1)공급과잉 2)반독점/반부패법 시행과 구매제한 3)중소도시 수요특성 등 몇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수요가 둔화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中國汽車流通協會)의 자동차 재고 경보 지수(VIA;Vehicle Inventory Alert Index)에 의하면 중국의 재고는 9개월 연속 기준선 50%를 상회했다. 50%를 상회하는 경우 재고상황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미 몇몇 외국자본계 업체들이 라인 합리화 등을 이유로 1~2주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는 올해 자동차 수요 성장률을 기존 7% 수준에서 3%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둘째 반독점/반부패법 시행과 구매제한 등의 규제 영향 때문이다. 중국에서 반부패법/반독점법의 시행으로 관공서 관련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경비인 공무용 차량, 접대비, 출장비 관련 삼공소비(三公消費) 관련 조치가 취해지면서 고급차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국에서는 차량 보유량 200만대를 넘는 주요 대도시 중 상당수가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구매제한책을 실시하고 있다. 선전, 항저우, 텐진, 베이징, 구이양, 스자좡, 광저우, 상하이 등 8개 도시가 시행 중이고 앞으로 청두, 충칭, 칭다오, 우한 등이 시행 예상 도시로 꼽힌다.

셋째 중소도시로 소비 이전에 따른 소비성향 변화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중국 동부 연안 대도시들은 구매제한정책으로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반면 중서부 3~4선 도시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소도시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도로포장률이 낮으며, 브랜드보다는 낮은 가격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로컬업체의 SUV 판매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의 자동차 판매 위축과 로컬업체의 급성장이 추세적인 것인지 일시적인 것인지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중장기로는 잠재리스크지만 유독 국내 기업에만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경쟁심화로 인한 가격 인하가 외자계 업체들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로컬업체들도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독 한국업체들만 어려운 시장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중서부의 3~4선 도시의 최초 구매 특성이 보이는 외관과 스타일, 가격 등의 요소로 판매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향후 소비력이 향상돼 재구매 과정에서는 판매결정 요소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기존 로컬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 주요 원인이 대부분 기술력, 엔진성능, 핸들링, 품질 등에 있었던 만큼 이런 요소들이 뒷받침되지 않는 로컬브랜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중국 4~5공장 증설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일본차들이 최근에 판매 회복을 가져왔던 수요 세분화, 현지화 강화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 가격인하나 인센티브 대응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혁신을 통해 중국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이 중국에서 지속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