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뗀 P2P금융…업종분류 '의견분분'

중금리 시장이 형성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섰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업종 분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업체로 분류된 업계는 업계대로 불만이다. 이대로 내버려 두자니 당국입장에선 투자자 보호가 어려워 보인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8퍼센트와 렌딧은 매달 대출건수와 금액이 늘고 있고, 펀다는 이달 9억원을 투자 받는 등 움직임이 심상찮다. P2P금융 정보를 얻기 위한 카페나 커뮤니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에서 "P2P금융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용역을 맡겨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임 위원장은 금융사기 피해 등에 우려한다.

금융당국의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금융연구원의 P2P금융에 관련 보고서가 이르면 이달 나올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라 P2P금융업체들이 지금처럼 계속 대부업체로 남거나, 반대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P2P금융을 막겠다는 입장은 분명 아니다"라며 "미국 사례 등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현지에 나가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P2P금융업은 크라우드펀딩? 증권거래업?

현재 P2P금융업은 투자자들이 직접 대출신청자를 선택하는 미국식, 투자자들이 P2P금융업체에 돈을 맡기면 이 업체가 대신 투자해주는 자산운용 형태의 영국식으로 나뉘는데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미국식에 가깝다.

하지만 P2P금융이 발달한 미국은 P2P금융을 크라우드 펀딩이 아닌 증권거래업으로 보고 있다. 미국 P2P금융업체들은 크라우드펀딩 사업의 근거법이 되는 잡스(JOBS)법 적용을 받지도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P2P금융업체들도 미국 P2P업체들이 잡스법 적용을 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P2P금융업체가 대출 신청인들을 위해 채권을 발행해준다고 보고 사실상 증권거래업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근거법을 마련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방식을 그대로 국내에 들여오기엔 걸림돌이 많다. 기업이 아닌 대출신청인 개인에게 채권을 발행해주는 행위는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잡스법을 거의 그대로 따라한 국내 크라우드 펀딩법에도 P2P금융 사업방식인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내용이 없다.

한국에선 P2P금융업이 증권거래업도 아니고, 크라우드펀딩도 아니어서 법적으로 대부업체로 등록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산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받는 대부업체와 투자자를 모집해 수수료를 받는 P2P금융업은 완전히 달라 P2P금융업체들은 불만인 상황이다.

◇"P2P금융 난립 막아야 한다는 지적은 업계도 공감"

급성장중인 국내 P2P금융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P2P금융업체가 제공하는 신용정보의 신뢰성을 높여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김종현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국내 P2P금융시장은 업체들이 제공하는 신용정보 공신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P2P금융업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영환 의원은 "기본적으로 P2P금융은 세계적인 흐름이어서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대부업법이 아닌 다른 근거법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P2P금융업계는 답답하기만 하다. 한 P2P금융업체 관계자는 "시장진입 자체를 막는 것보다는 명확한 사업근거 기준을 마련해 업체들에게 맞추라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난립을 막아 투자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은 우리도 공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