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은퇴… 4세 '책임경영' 앞당기나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사진제공=두산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겸 두산중공업 (15,770원 ▲230 +1.48%) 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지 3개월여만에 큰 형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1일 (주)두산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재계는 4세 경영체제 안착을 위한 수순으로 이해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비등기임원이었던 박 명예회장은 지난 27일 공식 직위였던 '회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고 전했다.

두산 (137,000원 ▲4,100 +3.09%) 관계자는 "올해로 83세로 고령인 박 명예회장이 건강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명예회장은 1959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63년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에 입사했다. 두산산업 이사와 동양맥주 이사·전무, 동산토건 이사, 동양맥주 사장 등을 지냈다. 1981부터 10년간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1991년 두산그룹 페놀 사건으로 퇴임했다가 이듬해인 1992년 말 회장직에 복귀했다.

재계는 '용'자 돌림 형제들의 잇단 은퇴를 박정원 회장 등 4세대 '책임 경영' 체제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두산가 4세는 박용곤 명예회장 장남인 박정원 두산 회장(53)을 선두로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 장남인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 박용성 전 회장 차남 박석원 두산엔진 (12,450원 ▲840 +7.24%)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1,240원 0.0%) 사장, 박용만 그룹 회장 장남 박서원 오리콤 (7,250원 ▲140 +1.97%) 부사장 등이 계열사 곳곳에 두루 포진해 있다.

이들 4세 경영인들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30%로 박용만 회장 등 3세대 보유 지분율 11.6%를 이미 앞선다.

재계는 그러나 박용만 회장이 건재하고 밥캣 프리IPO 등 당장 풀어야 할 그룹 현안이 산재해 있어 온전한 세대간 이양은 시차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과 관련해 세대교체 가능성이 회자됐지만 당분간 현 체제가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용'자 돌림 형제들의 잇단 퇴진으로 후계자들의 무게감은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