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호 사장 입국…"동주-동빈 누구 편도 아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이 부친의 제사 참석차 3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입국하면서 그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 사장은 31일 오후 2시50분께 KE2708편으로 김포공항에 입국했다. 앞서 귀국한 신 총괄회장이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부-동빈 형제의 친모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수행원이나 롯데그룹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것과 달리 신 사장은 홀로 입국했다.

신 총괄회장 등이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신 사장은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혔다. 신 사장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론, 그렇다"고 답하며 세간에 돌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에 연관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자신은 롯데그룹 승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생각하는 회장(후계자)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본인(신 총괄회장)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과 자주 만남을 갖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자신은 경영권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동주-동빈 두 명의 조카 중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말로 선을 그은 셈이다. 이날 신 사장의 말은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며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세간의 추측을 부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 사장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그간 집안의 어른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 사장의 '한마디'가 의외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신 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으로,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삼촌이 된다. 나머지 동생들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이 신 총괄회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과 달리 단 한차례도 신 총괄회장을 대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동생들 중 신 총괄회장의 신임이 가장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 사장은 현재 라면과 국수 등을 만드는 식품업체 산사스를 경영하고 있으며 한때 한때 일본 롯데에서 일하며 롯데리아 성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신 사장까지 한국을 찾으면서 신 회장을 제외한 롯데 일가가 모두 모이는 가족회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신 총괄회장은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지난 28일 귀국했으며 신 전 부회장은 29일,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친모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는 30일 각각 입국했다.

당초 이날 오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던 신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귀국 일정을 모두 취소, 당분간 일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