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성추행 고교' 교장 고발… '뒷북' 비판 쇄도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계 사상 초유의 성추문 사건이 터진 서대문구의 한 공립고등학교 교장을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최초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2년 전에 학교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유선상'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아 2차, 3차 피해까지 발생한 만큼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31일 A고교 교장을 직무유기와 성추행 등의 혐의로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감사관은 "교장은 지난해 2~3월 자신의 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를 대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각각 1건씩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학교장에 대해서는 8월1일자로 직위해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A고교 성추문 사건에 대해 진술한 피해자는 교원 8명과 학생 10명 등이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관할 교육지원청이나 시교육청의 업무 처리가 적절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이 같은 발표와 달리 학교장은 최초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3년 당시 비공식적이지만, 교육당국에 유선상으로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남자 교사가 동료 여교사를 노래방에서 강제로 몸을 더듬다가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올 초 전출된 것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시교육청이 첫 성범죄 사건을 인지했으나, 이를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교 관계자는 "고등학교는 초·중학교와 달리 인사 관련 업무를 시교육청에서 직접한다"며 "교장이 인사내신권은 있긴 하나 교사 전근까지 임의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시교육청에 어떤 식으로든 사건을 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교장이 제대로 일처리를 한 것인지 은폐하거나 축소한 사실이 없는지에 초점을 두고 조사 중"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교육계에서는 시교육청의 이런 대응을 두고 학교의 보고 여부를 떠나 초동 대응에 완전히 실패한 탓에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된 셈이라고 문제 삼았다. 오히려 학교장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시교육청 출신의 한 전문직은 "학교장이 유선으로 알렸더라도 '성추행' 사건인만큼 시교육청이 애초부터 적극 개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교장이 '비공식 보고'를 했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감사관실과 인권센터, 관련부서 장학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장학팀'이 해당 학교에 진작에 급파됐다면 화를 키우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