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일단 '결렬'… '3대 쟁점' 뚫고 타결 가능할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12개국. /사진=블룸버그

거대 경제권 탄생을 예고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각료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나 최종합의 도출엔 실패했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지난 28~31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TPP 각료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은 지난달 31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1일 전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TPP 협상 최종 타결을 위해 남은 소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환경규제 기준이나 상표권 관련 분야에서는 이견을 많이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어떤 형태의 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남은 몇가지 문제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은 뒤, 양자 협상부터 이어갈 계획이다.

◇자동차·낙농·신약 특허권 '3대 쟁점'이 발목


그동안 이견을 보여 왔던 자동차 교역 관련 정책, 낙농품 시장 개방, 제약회사들의 신약 특허권 보호 문제가 결국 TPP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캐나다·일본·멕시코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와 규제 수준에 등에 대해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아시아 내 공급망을 TPP 역내로 통합해 가치사슬을 만들려 했던 일본의 구상에 세계 4대 자동차 수출국인 멕시코가 제동을 걸었다.

최대 낙농품 수출국인 뉴질랜드와 낙농시장 개방을 거부하는 캐나다 사이의 신경전도 협상 결렬에 한몫했다. 캐나다는 TPP 참여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우이 협상이 시작하기 전까지 어떠한 제안도 내놓지 않아 협상국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신약특허에 대한 자료보호기간을 두고도 미국과 호주·칠레·뉴질랜드 등이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은 자국 거대 제약사들의 이익을 위해 자료보호기간을 12년으로 고수했다. 신약특허 자료보호기간이 길수록 복제약 출시가 어려워져 대형 제약사에 유리하다.

◇TPP 장기표류 가능성… 日 "8월 전 협상 재개에 공감"

각국 협상 대표단은 수주 내에 협상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확한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대표단이 당초 완전한 합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큰 틀에서의 합의는 도출하겠다고 공언해온 터라 이번 최종합의 도출 실패는 TPP 논의에 차질을 줄 것이라고 전망도 나온다.

지난 6년간 이어온 TPP 회담이 이번에 성사되지 못하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10월 캐나다 총선과 내년 11월 미국 대선 등 선거를 앞두고 무역 협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각국 대표단이 8월이 끝나기 전에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유했다고 일본 교도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회의가 한번만 더 열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TPP협상도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TPP가 뭐길래? 美·日, 아시아내 中 독주 견제

TPP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12개국의 GDP(국내총생산)를 한데 모으면 전세계 GDP의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온 TPP는 미국의'아시아중시전략'(Pivot to Asia)의 일환이다. 아시아 내에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미국 상원을 설득해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통과시키는 등 TPP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신속협상권으로 불리는 TPA는 미국 행정부와 외국이 맺는 무역협정에서 의회가 수정하거나 연기하지 못하며 찬반 표결만 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이다.

TPP 협상에는 △미국 △일본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참여한다.

한국 정부는 TPP에 관심을 표명한 단계로, TPP가 정식 출범한 뒤 2차 참여국으로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