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민도 '인터넷은행 짝찾기' 물밑작업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인가를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이 일제히 컨소시엄 참여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1대 주주가 될 수 없어 컨소시엄을 주도할 순 없는 은행들 사이에선 유리한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권,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로 급선회…파트너 구성 물밑작업 본격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서겠다고 밝힌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뿐아니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은행들이 일제히 지주회사 또는 개별 은행 차원에서 9월 시범인가를 앞두고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르면 은행은 사실상 인터넷은행에서 1대 주주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여신심사나 리스크 관리 경험이 없는 비(非)은행 사업자들만으로 구성된 컨소시엄도 승인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한 컨소시엄에 한 은행이 2대 주주로 참여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은행들이 분주해진 결정적 계기는 9월 시범인가에 대형 정보기술(ICT) 업체들이 나섰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 등은 현행법에서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가질 수 있지만 은행법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리스크를 걸고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지난 4월 금융당국이 첫 인터넷은행 공청회를 열었을 때만해도 관망하던 신한, 국민은행 등 대형은행들까지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당초 제2금융사만이 1차 신청에 들어가리란 예상과 다르게 판이 커지자 혼자만 뒷짐지고 있기 어려워진 것이다.

포털·통신 등 막대한 회원을 보유한 기업들은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파트너다. 이들 기업의 고객정보로 시너지를 내는 사업모델을 만들기 유리해서다. 은행들의 희망 파트너 1순위인 다음카카오는 현재 파트너 제안을 한 은행들에 '원하는 조건'을 제안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해 놓은 상태다.

◇9월 인가 앞두고 합종연횡 임박…'어려운 방정식' 된 컨소시엄 판 짜기

하지만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산업자본이 소유하지 않은 제2금융사로 제한되면서 은행들의 퍼즐 맞추기도 복잡해졌다.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곳 중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정도다.

그럼에도 신한, 국민 등 대형은행의 입장에선 미래에셋증권처럼 대주주 의지가 강하고 같은 금융사인 탓에 시너지가 적은 곳과는 함께할 유인이 적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중엔 농협은행 정도가 미래에셋증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는 기업과 짝을 맺는다 해도 대주주가 될 제2금융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업계에선 인터넷은행의 초기 3~4년 간 투자비용을 4000억~7000억원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제2금융사 중 대주주로서 이정도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한편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은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이 '룰'이 정해지기 전 1대 주주로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서려고 했던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플랜B' 찾기가 급해졌다.

당초 우리은행은 KT와의 합작 컨소시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은행이 대주주가 될 수 없게 된 데다 KT에 러브콜을 보내는 은행들이 늘어나며 난감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역시 1대 주주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주도하려던 기업은행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9월 인가 신청을 앞두고 인터넷은행을 희망하는 기업 간 합종연횡이 한 차례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은행법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지배구조에 많은 조건들이 있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매우 풀기 어려운 방정식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