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부익부 빈익빈' 심화…'연기기금' 서민엔 그림의 떡

국민연금 수급의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다. 노후에 소득이 많을수록 국민연금 제도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오히려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노령화 과정에서 '사회적 안전판'으로서 국민연금의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노령연금 수급의 부분연기 신청을 받고 있다. 2007년 도입된 '연기연금'을 확대한 제도다. 연기연금을 활용해 61세인 노령연금의 수급시점을 1~5년 미룰 경우 월 0.6%의 가산된 연금액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연기연금은 노령연금액 전액만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부분 연기도 가능해졌다. 노령연금액의 50%, 60%, 70%, 80%, 90% 중 하나를 선택해 일부만 연기할 수 있게 된 것. 연기 후 받게 되는 가산금액은 월 0.6%(연 7.2%)로 동일하다.

노령연금 수급을 부분연기할 경우 수급액은 다소 복잡한 계산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월 80만원의 노령연금 수급자가 수령액의 50%를 5년 연기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수급자는 61세를 시작으로 66세가 되기 전까지 매월 4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이후 수급을 연기했던 66세가 되면 월 94만4000원으로 수령액이 늘어난다. 40만원에 가산비율인 연간 7.2%를 적용할 경우 2만8800원이 나오고, 이 금액의 5년치인 14만4000원이 5년 후에 반영되는 구조다. 매달 80만원의 노령연금 중 절반을 5년 후부터 받으면 매달 14만4000원을 더 받는 개념이다.


표면적으로는 연금액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5년 동안 못 받은 금액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든 수급자는 매달 40만원씩 5년 동안 총 2400만원을 받지 않았다. 노령연금 수급 연기로 매달 14만4000원을 더 받더라도 못 받은 2400만원을 다 받으려면 167개월(13.9년)이 걸린다. 그러니 오래 살아야만 유리한 제도다.

수명에 따라 이해득실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일정한 소득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연기기금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소득이 있는 노령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소득에 관계없이 연령별로 노령연금을 감액했다. 61세에 소득활동을 한다면 노령연금의 절반을 감액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노령연금 감액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을 초과하는 소득에 따라 일정금액을 감액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올해 기준 평균소득은 204만원이다. 초과소득이 100만원 이하라면 초과소득월액의 5%를 감액하는 방식이다.

이를 국민연금 부분연기와 맞물려 활용하면 감액금액이 더 줄어든다. 예를 들어 매달 100만원의 노령연금을 받는 61세가 월 300만원을 계속 번다면, 66세까지 초과소득(94만원)의 5%인 4만8000원을 매달 덜 받게 된다. 하지만 노령연금의 50%를 66세부터 받겠다고 하면 5년 동안 감액금액도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4만8000원에서 2만4000원 감액받아 이익인 셈이다. 국민연금의 부분연기를 시행하기 전에도 연기연금 신청자가 늘어났던 이유다. 국민연금조차 소득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령자의 근로유인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