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8월 증시, 실적보다 환율이 변수"

8월 증시는 안갯속이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을 수도 있지만 2000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2일 머니투데이가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코스피지수 예상치는 1950~2120선으로 나타났다. 최고점으로 2100 이상을 제시하면서도 2000선 붕괴 가능성을 예상했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 지속 여부, 중국 경제 동향과 증시, 2분기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증시는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장들이 8월에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달러 강세 지속 여부다. 5명의 센터장 모두 달러 강세 흐름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중국 경제 동향은 3명이 8월 증시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어닝시즌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변수로 꼽은 센터장은 2명에 그쳤다.

달러 강세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외국인 수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속적으로 연내 금리 인상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약 3개월만에 100원 넘게 오르며 지난달 31일 1170원까지 상승했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위험에 봉착한 외국인이 지난 7월 한 달간 코스피시장에서 1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변동성 등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화 약세에 따른 수익 악화로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되며 코스피시장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다음달 미국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높아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센터장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도 외국인들의 신흥국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한데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외국인들 자금이 아시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 강세로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하락해 원자재 수출국 중심으로 신흥국 리스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달 예상 코스피지수 저점을 가장 낮게 예측한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 둔화로 신흥국 리스크 부각되며 국내 증시가 동반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 발표될 예정인 유럽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오면 증시 수급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의 월간 제조업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을 지켜본 결과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주요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양적완화 효과가 확인될 경우 유로화가 반등하며 달러 강세가 진정세를 보여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8월 유망업종으로는 원화 약세 수혜주인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업종과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화학, 증권업종이 꼽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과 휴가 시즌 성수기를 맞이한 여행, 레저업종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원화 약세 수혜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조선, 철강, 일부 건설주는 공급과잉과 더불어 산업구조적 특성 때문에 추가 부실 가능성이 남아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